베스트셀러 정유정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극화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에 특별 출연했다. 한사코 출연을 거절했지만 감독의 간곡한 러브콜로 대사를 하지 않는 조건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정유정 작가는 최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내 심장을 쏴라’ 미디어 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지만 완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서 “포기할 법도 한데 문제용 감독과 제작진이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출연을 계속 요청해 서로 반반씩 양보해 촬영하게 됐다”며 웃었다.
정유정 작가가 등장하는 장면은 후반부 주인공 이수명(여진구)의 정신병원 퇴원 여부를 심사하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 회의신이다.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환자가 스스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이 자리에서 수명은 자신이 집에 가야 할 이유를 또박또박 발언하고, 이를 청취한 인권위원장과 보건복지국장 등 5명의 위원들이 질의 응답을 통해 ‘계속 입원’과 ‘퇴원’ 중 택일하게 된다. 정 작가는 5명의 판정단 중 정신과 전문의 정유정 역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문제용 감독은 “대사가 없어도 카메라가 수평으로 움직이며 각 인물의 표정을 담기 때문에 누구나 긴장하게 마련인데 작가님이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능숙하게 연기하셔서 몇 시간 만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정 작가는 이어 “수명과 승민 역할에 여진구, 이민기씨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자로서 너무 기뻤다. 두 연기자 모두 활자 속 주인공과 이미지가 흡사해 무척 신기했다. 제 손을 떠났지만 영화가 어떻게 완성됐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내 심장을 쏴라’는 강원도 정선의 수리희망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동갑내기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부제가 붙었다. 15세 관람가로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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