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Go] '뛰고 따고 넣는' 원톱 공격수 이정협, 슈틸리케가 웃는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19 11: 16

슈틸리케 감독이 발견한 '보물' 이정협(24, 상주)의 등장에 한국 축구도 미소를 짓고 있다.
최용수, 황선홍(이상 은퇴), 이동국(전북), 박주영(알 샤밥). 시대를 풍미했던,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들이다. 맥이 끊기는 듯했다. 이들의 뒤를 이을 주인공으로 김신욱(울산)이 떠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 막강한 제공권을 자랑하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김신욱은 이동국과 함께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됐다. 설상가상 박주영마저 부진이 길어지며 승선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가 막힌 수완을 발휘했다. 자신이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봤던 이정협을 깜짝 발탁하는 도박수를 던졌다.

신의 한 수였다. 혹자는 도박이라고 말했다. 이정협은 보란 듯이 수장의 믿음에 200% 보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 데뷔전서 후반 막판 교체투입돼 데뷔골을 신고했다. 조 1위 싸움이 걸려있던 호주와 중대 일전에서는 결승골을 작렬, 한국의 조 1위 8강행을 이끌었다. '신데렐라'가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호주전 활동량만 놓고 보면 이정협은 이근호(엘 자이시)와 함께 단연 최고였다. 뛰고 또 뛰었다. 기록도 준수했다. 총 3개의 슈팅 중 2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34개의 패스를 시도해 22개를 성공시켰다. 1번의 찬스를 만들었고, 태클도 1번 했다.
가장 빛난 부분은 전방 압박이다. 쉴 새 없이 뛰며 상대의 빌드업을 앞선에서부터 방해했다. 덕분에 태극전사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호주의 공격을 막아설 수 있었다. 제공권도 빛났다. 솟구쳐 올랐다 하면 헤딩 볼을 따냈다. 행여 따내지 못했을 땐 득달같이 달려들어 괴롭혔다.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의 김신욱을 연상케 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정협은 호주전을 앞두고 "오만-쿠웨이트전은 사우디와 평가전을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큰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공격수로서 해결을 하지 못해 팀에 미안하다. 호주전에서 골을 넣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이정협은 철저히 무명 공격수였다. K리그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매우 짧은 시간, 적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그 틀을 깨트렸다. 슈틸리케호와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될 공격수로 성장했다. 현재 진행형이라 더 무섭다.
이정협은 최전방에 해묵은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축구엔 더없이 반가운 존재다.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 3경기서 3골에 그쳤다. 사우디전을 더해도 4경기 5골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자책골 1골을 빼면 4경기 4골이다.
손흥민(레버쿠젠), 이근호, 구자철(마인츠) 등 이름값 있는 공격수들이 침묵하고 있는 탓이다. 설상가상 전대회 득점왕인 구자철이 부상으로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손흥민은 감기 몸살을 털고 돌아와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이근호는 아직 골감각을 찾지 못했다.
'새내기' 이정협이 슈틸리케호와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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