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 보는 낙으로 지낸다".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지 일본 고치. 김성근(73) 감독은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을 분주하게 오가며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불펜 피칭장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의 투구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두 눈 바쁘게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는 투수들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야수들은 코치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감독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시즌 개막까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나까지 가르치면 선수들이 헷갈릴 수 있다. 대신 투수들을 책임지고 볼 것이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투수력 강화를 팀 재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현재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박정진·배영수·송은범·윤규진·이태양·유창식 등 1군의 주요 투수들이 고치 본진캠프에는 없기 때문에 외국인을 제외한, 남은 20명의 투수 키우기에 온힘을 기울인다.

그런데 젊은 투수들에게서 조금씩 희망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요즘 이것저것 고민이 많지만 그래도 불펜에서 어린 투수들이 던지는 게 재미있다. 투수들 보는 낙으로 지낸다. 만져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들이 보인다"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어린 투수들이 덤벼들고 있다. 하고자 하는 게 보인다. 나에게 직접 질문도 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내가 별로 안 무서운 모양이다"며 허허 웃었다. 김민우·김범수·김정민 등 3명의 신인 포함 20대 초중반 어린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희망적이다. 그 중에서도 김 감독은 최영환의 투구 폼이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중간급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권혁·안영명·양훈의 투구를 보니 좋다. 특히 권혁은 한창 좋을 때 김광현처럼 공을 빠르게 던지더라. 지금 던지는 것을 보면 150km 이상은 쉽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권혁이 올해는 재미있을 것이다. 매력이 있는 투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고치 본진캠프에 확실한 1군 전력의 투수는 권혁과 안영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투수들을 어떻게든 키워내야 하는 상황, 젊은 투수들에게는 기회의 무대라 할 수 있다. 투수들에게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김 감독의 모습에서 한화 마운드에도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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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