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양산’ 투수 FA, 실패 법칙 극복하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19 15: 26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투수들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성공할까”라는 시선이다. 그만큼 실패 사례가 많았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실패의 법칙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겨울은 사상 최대 FA시장이 열렸다. 최정(SK)이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총액 86억 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 총액 기준 50억 원 이상의 대형 FA들이 쏟아졌다. 마운드난이 심화되고 있는 판국에 투수들도 수혜를 받았다. 장원준(두산)이 4년 84억 원에 계약한 것을 비롯, 윤성환(삼성, 4년 80억 원), 안지만(삼성, 4년 65억 원), 송은범(한화, 4년 34억 원), 배영수(한화, 3년 21억5000만 원)가 대형 계약을 맺고 소속팀 잔류 및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선이 고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시장가보다 높은 금액을 받았다’라는 부분만은 아니다. 투수FA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 탓이다. 실제 한국프로야구에서 투수FA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반대로 에이스급 투수들도 FA계약만 맺으면 알 수 없이 추락하곤 했다. 이 정도 사례가 모였으면 단순한 우연이 아닌,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동기부여의 문제도 있겠지만 전성기의 사이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는다. 한국프로야구는 적어도 9년을 뛰어야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데뷔해 꼬박꼬박 연차를 쌓는다 해도 20대 후반이다. 대개 투수들의 전성기는 야수들에 비해 좀 더 일찍 찾아온다. 문제는 그만큼 하락세도 빨리 찾아온다는 것. 맹활약하는 30대 중·후반의 야수들은 이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투수들은 그렇지 못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그렇다. 날고 긴다는 특급 투수들이 20대 중·후반에 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그 계약 기간 내 꾸준히 활약한 선수는 드물다. 투수들의 어깨는 분필과 같다고 했다. 쓰면 쓸수록 닿는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시절까지 20년 넘게 던지는 동안 어깨와 팔꿈치는 점점 수명을 다해간다. 실제 요한 산타나, 마이크 햄턴, 배리 지토가 30대로 넘어가자 곧바로 부상병동으로 바뀌었다. 리그 최고의 이닝소화능력을 자랑했던 C.C 사바시아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간 한국프로야구의 투수FA들이 대개 그랬듯, 이번 투수FA들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성환과 배영수는 만 34세다. 그 외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만 30대에 접어들었다. 지금이 전성기거나, 전성기에서 조금씩 떨어질 때다. 선수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통계는 이것이 믿을 만한 사이클임을 이야기한다.
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어느 나이대에서 가장 높은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 이상의 WAR을 기록하는 선수들의 연령대는 만 26세에서 만 28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만 33세의 선수의 경우는 2.0의 WAR을 기록할 확률이 26~28세 선수의 절반에 그쳤다. WAR은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이 24~29세에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0대에 접어들면 기여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이것이 말하는, 그리고 실패 법칙 극복의 단초는 ‘몸 관리’다. 실제 선수들은 FA를 앞두고 무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진통제를 맞으면서 경기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자신도 모르게 문제는 누적된다. FA 계약 후에는 몸값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몸에 힘이 들어간다. 탈이 날 수밖에 없다. 현명한 관리법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이번 투수FA 선수들의 경우는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 있다. 장원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다. 물론 배리 지토 또한 그랬지만 아직 3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윤성환은 또래의 투수 중 가장 좋은 몸 상태를 자랑하는 투수다. “아직은 끄떡없다”라는 것이 주위의 시선이다. 안지만도 2010년 이후 매해 47경기 이상에 나서며 체력적인 문제가 없음을 드러냈다. 배영수는 부상 회복 후 7년 동안 로테이션을 지켰고 송은범은 아직 1000이닝을 던지지 않은 투수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향후 투수 FA들의 가치 산정이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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