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여지없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유격수였던 강정호(28)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최강자가 빠진 만큼, 이제 그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 수 있느냐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피츠버그와 4년 1100만 달러, 5년차 옵션 포함 1650만 달러에 계약한 강정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프로야구 대표 유격수였다. 범접할 자가 없었던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최근 3년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쓰는 등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902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한 강정호는 이제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
이에 강정호에 가려 있었던 나머지 유격수들의 행보가 흥미롭게 됐다. ‘최고’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확실한 ‘넘버투’가 없기 때문이다. 기량차, 그리고 성적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노력 여하에 따라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 2015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행방에서 대략적인 것을 유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상수(25, 삼성)은 가장 가까운 후보로 뽑힌다. 삼성의 붙박이 유격수로 풀타임 4년을 보냈다.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수비력, 그리고 지난해 도루 수치(53개)에서 볼 수 있듯이 빠른 발을 장점으로 한다. 강정호만한 장타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2013년 타율 2할9푼8리, 지난해 2할8푼8리를 기록하는 등 정교함은 계속 살아나고 있다.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손시헌(35, NC)은 경험을 내세운다. 프로통산 1050경기를 뛴 베테랑 유격수다. 안정된 수비는 국내 최정상급으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는 불의의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서도 97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 출루율 3할6푼8리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오지환(25, LG)는 미완의 대기다. 공·수 모두에서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후보 중 가장 장타력에서 기대를 걸 만한 선수이기도 하다. 조금씩 더 성장한다면 올라운드한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풀타임 첫 해를 보낸 김성현(28, SK)는 의외의 복병이다. 122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5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출루율은 3할7푼6리에 이르렀다. 강정호의 성적이 워낙 좋아서 그렇지, 유격수로서는 수준급이다.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다른 선수들에 밀릴 것이 없다. 관건은 수비지만 전반기 호된 경험을 한 뒤 후반기부터는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탄탄한 기본기에 화려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사실상 풀타임 2년차인 만큼 2년차 징크스 극복이 관건이다.
그 외 김재호(30, 두산) 문규현(32, 롯데) 등도 주전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유격수들의 기량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 한 번의 상승세가 랭킹을 꽤 올려놓을 공산이 있다. 지난해 인상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강한울(24, KIA)는 당장보다는 미래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자원으로 주목받는다. 강정호의 대체자가 될 윤석민(30, 넥센)은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힘에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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