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지원이 색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전작인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를 비롯해 MBC 드라마 ‘기황후’, 영화 ‘코리아’,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 영화 ‘7광구’,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까지. 그간 하지원이 걸어온 작품들을 살펴보면 여성 캐릭터는 개성 강하고 액션까지 선보이는, 역동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2015년, 새해를 맞아 하지원이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허삼관’이었다. ‘허삼관’은 중국 소설가 위화의 원작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난하지만 화목한 허삼관(하정우 분)와 허옥란(하지원 분) 부부, 그리고 그 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극 중 절세미녀 옥란 역을 맡은 하지원은 연기 인생 처음으로 본격 ‘엄마’ 연기에 도전했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정적인’ 모습.
본인 스스로도 이 도전에 대해 두려웠다고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게 맞는 옷일까’ 두려웠다는 하지원은 어느덧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며 ‘엄마’ 하지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허삼관’을 선택했을 때가 어떤 시점이었냐면 굉장히 강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면서 적극적이고 그런 센 역할들을 많이 했을 때였죠. 장르도 캐릭터가 부각되는 장르를 많이 해서 ‘허삼관’ 같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장르와는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었던 때였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이 많았는데 사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조금 걸렸죠. 제가 본격적인 엄마 역할을 해보기 않았기 때문에 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긴장도 되고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는 재밌는데 옥란이는 나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았죠. 내 옷이 아닌 것 같고 어색할 것 같고 그랬어요. 그런데 하정우씨도 그렇고 피디님들이 다 나랑 어울린다고 하는데 갑자기 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다들 왜 그러지, 내가 왜 잘 어울린다고 할까’라는 궁금증이 호기심으로 바뀌더라고요. 내가 이걸 하면 어떤 모습일까 재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웃음). 두렵지만 갑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14일 개봉한 ‘허삼관’에서 왜 이런 고민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원은 세 아이의 엄마 연기를 잘 해냈다. 실감나는 모성애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하지원은 다 세 아이들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자신과 놀아주며 스스럼없이 지내준 아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근감과 모성애가 나왔다는 게 하지원의 설명. “오히려 제가 놀아줘야 되는데 우리 아들들이 저랑 놀아줬어요”라며 깔깔깔 웃는 하지원은 영락없는 ‘아들바보’, 엄마의 모습이었다.
“모성애 연기는 아이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웃음). 아이들이 현장에서 옥란이를 편하게 놀게 해줬거든요. 진짜 설정이 아니라 그냥 놀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나요(웃음). 애들한테 고마운 게 우리 아들들이 저랑 놀아줬어요. 저한테 해바라기 씨를 까주기도 하고 저는 못 까는데(웃음). 더우면 얼음물 갖다 주고 오히려 나랑 놀아주고 그랬죠. 아이들이 거부하면 힘들 수도 있었는데 아들들이 먼저 다가와주니까 같이 막 놀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정말 예뻐요.”
예쁜 아들들 덕분에 하지원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간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아예 생각지도 않고 살았던 그는 아이들에게서 아기자기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언젠가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럼 하지원의 이상형은? 유머러스한 남자란다. 참고로, 외모는 ‘많이’ 본다며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이들 셋이 내 아이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결혼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동안은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뭔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함을 느끼다보니까 결혼이라는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것 같아요. 이상형이요? 외모를 많이 보죠. 안 볼 수 없지 않나요(웃음). 잘생기고 웃겨야 돼요(웃음).”
정적인 역할 덕분에 하지원은 간만에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영화 촬영이 마냥 편안할 수만은 없다. 모든 촬영이 그렇듯 매일매일 변수가 생기고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애초 계획처럼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삼관’의 촬영은 상대적으로 편안했고 하지원에게 ‘힐링’의 현장이었다. 감독 하정우가 그렇게 약속을 해줬다고 했다. “정말 힐링이 됐어요”라며 웃어보이던 그는 ‘기황후’ 촬영 당시 힘들었던 장면이 떠올랐는지 “어후, ‘기황후’때 진짜 힘들었어요”라며 당시 겪었던 고생을 털어놓았다.
“하정우 감독님이 약속을 해주셨어요. 제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한 건 아닌데 제가 ‘기황후’ 촬영 때 고생을 많이 했어서 영화 작업할 때는 정말 굉장히 편하고 즐거운 현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덕분에 진짜 힐링이 됐어요. 힐링이 된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기황후’ 때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물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스태프들이 제 몸을 닦아주는데 그게 아프더라고요. 몸이 얼음이 된 거에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나를 불 앞에 옮겨줘서 몸을 녹인 적이 있어요. 진짜 큰일 나겠더라고요. 배우들은 그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카메라가 돌아가고 현장에 들어가면 다 잊어버리거든요. 그때도 그 정도의 깊이까지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연기하다보니 감정도 올라오고 그래서 그렇게 들어간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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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