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SK 감독은 투수력, 기동력, 수비력을 먼저 이야기한다. 타격은 가장 마지막이다. 전지훈련 보완 사항도 세 가지가 초점이다. 그렇다면 새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31)은 장타력 외의 다른 부문에서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바로 강한 송구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어깨를 자랑하는 김강민(33), 그리고 수비력이 좋은 동료 외야수들과 함께 상대 주자들의 ‘저승사자’가 될 기세다.
지난 15일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SK와 계약을 맺은 브라운은 장타력을 갖춘 우투우타 자원으로 기대가 높다. 당장 최정 박정권 이재원과 함께 팀의 중심타선을 이룰 전망이다. 박정권을 4번에 배치한다고 가정하면 최정과 함께 지그재그 중심타선도 만들 수 있다. 마이너리그 성적이라고는 하지만 통산 135개의 홈런을 쳤고 스윙 순간 힘을 싣는 동작이 돋보여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SK 스카우트진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또 하나 기대할 만한 점이 있다. 바로 수비력이다. 브라운은 MLB에서는 주로 코너 외야수(좌익-우익)로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루와 3루도 소화했다. 당장 내야수 활용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가 빠르지만 어쨌든 지난해보단 상황이 낫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인 루크 스캇의 수비력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SK다. 이에 비해 브라운은 좌익수와 우익수를 오고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까지 인정받는 수비수는 아니었다. MLB 기준을 놓고 보면 평균보다 약간 아래였다는 것이 기록에서 드러난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라 수비 범위는 아무래도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는 괜찮은 수비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학구장이 작은 것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여기에 송구 하나는 일품이다. 총알이다.
브라운의 송구는 날카롭다. 처음의 궤적만 놓고 보면 그다지 멀리 날아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힘이 있다. 내야수의 키를 살짝 넘겨 홈으로 파고드는 송구의 끝은 포수 미트까지 살아 들어간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또한 송구 자체도 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익수 자리는 물론, 좀 더 송구가 중요한 우익수 자리에서도 주자를 충분히 묶어둘 수 있을 수준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어깨만큼은 최정상급이다”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런 브라운의 가세로 SK 외야는 주자들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추가했다. SK에는 이미 김강민이라는 국내 최고 수비력의 중견수가 있다. 정확한 타구 판단은 물론, 최고의 어깨를 가져 상대 3루 베이스코치를 고민에 빠뜨린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는 김강민 때문에 3루에 멈춰선 주자들의 수가 적지 않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강견인 브라운이 우측에 포진한다. 이제는 3루로 가는 주자들 또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올해 SK의 좌익수 포지션은 이명기가 유력하다. 타격이 워낙 뛰어나서다. 리드오프감이다. 김용희 감독도 그런 큰 틀은 그려놓고 있다. 이명기 또한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동안 조원우 코치와 함께 외야 수비를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이명기가 “캠프 내내 수비만 연습했다.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할 정도다.
다만 이재원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날은 이명기를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브라운이나 박재상이 좌익수로, 조동화나 임훈이 우익수로 포진시키면 최고의 외야 수비진이 구축된다. 이들 모두 타구판단이 좋고 어깨도 강하다. 외야는 그물망이 된다. 스캇과는 다른 브라운의 매력이 만든 이상적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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