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야 상황이 훨씬 낫지 않겠어요?”
지난 15일,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출국을 앞둔 윤길현(32, SK)은 지난해 이맘때를 회상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딱 1년 전, 2014년 1월 15일이었다. 플로리다로 날아갈 SK 선수단 본진은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해 출국했다. 그 인파 속에 윤길현은 없었다. 대신 몇 시간 뒤, 그는 다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목적지는 사이판 재활캠프였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도 어깨가 좋지 않았다. 잦은 등판, 많은 이닝 소화의 후유증이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던졌지만 힘든 내색을 감추기 어려웠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때도 훈련보다는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한 조심히 어깨와 팔꿈치를 다뤘다. 선수협의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엄금 방침만 아니었다면 구단이 마련할 12월 재활캠프에도 합류할 생각이었다. 이처럼 지금 상황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길현은 긍정적이다. “지난해보다는 낫다”고 했다. 적어도 올해는 전지훈련 시작을 동료들과 함께 한다.

지금 상황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며 주위를 안심시키는 윤길현이다. 가고시마 캠프 막판에는 공도 던졌다. 윤길현은 “마무리캠프 막바지에 두 번 정도 하프피칭을 했다.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가지는 못했지만 12월 동안 국내에서 차분히 몸을 가다듬는 동시에 2015년 전지훈련 캠프 구상을 그렸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회복 단계를 천천히 밟고 있다.
계획은 섰다. 첫 부상은 아닌 만큼 그간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급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탐대실을 가슴 속에 새긴 채 출국했다. 일단 초반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 상태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윤길현은 “플로리다 캠프 막판에 홍백전 1~2경기가 잡혀 있다. 그 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늦어도 오키나와에서 피칭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라고 자신했다. 상태를 봐가며 투구시점을 조절하겠다는 생각이다.
팀도 윤길현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무리 보직 때문이다. SK는 정우람 박희수라는 전업 마무리 출신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변수가 많다. 정우람은 2년간의 실전공백이 변수다. 김용희 감독은 “곧바로 마무리로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희수는 왼 어깨가 좋지 않아 현재 괌 재활캠프에 있다. 명단만 놓고 보면 화려한데, 실상은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주목하는 마무리감이 윤길현이다. 경험은 많지 않지만 지난해 막판 마무리로 나서 7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체질’을 증명했다.
윤길현도 이런 팀 사정을 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윤길현은 “뛰어난 동료들이 많다. 어떤 보직을 맡든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음에도 “FA를 위해 과욕은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윤길현이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첫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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