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좋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황금세대가 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92학번들이 그랬고, 01학번들이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류현진(28, LA 다저스)과 강정호(28, 피츠버그)로 대변되는 06학번들이 바턴을 이어받을 기세다.
1992년 대학에 진학한 이른바 ‘92학번’들의 아마추어 시절은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시기로 기억된다. 걸출한 스타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이자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박찬호가 대표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오히려 박찬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故조성민 정민철 임선동 박재홍 염종석 송지만 등도 92학번이다. 그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해 오랜 기간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코치 및 해설위원으로 야구계를 누비고 있다.
01학번은 최근 한국야구계를 대변하는 선수들이 망라되어 있다. 지금도 현역이라는 점에서 막강한 인적 파워를 과시한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 가 성공신화를 쓴 추신수를 비롯, 현재 최고 선수들인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오승환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0년 8월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 외 김강민 정상호 채병룡 박재상(이상 SK), 박종윤 최준석(이상 롯데), 채태인(삼성), 손승락(넥센) 등도 이 세대들이다. 이들은 이미 팀에서 선임급 선수로 자리하며 무게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창 전성기에 있을 나이다. 해외에 나가 뛰었거나 뛰고 있는 선수들도,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친 선수들도 많다.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가장 풍족한 학번일지 모른다.
이런 01학번을 이을 차세대 황금세대 학번으로 06학번이 떠오르고 있다. 2005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우승 멤버들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류현진이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입단, 첫 해부터 프로야구를 평정하며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손꼽혔다. 2012년 말 LA 다저스로 진출해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선발투수가 됐다. 한국프로야구 최고 유격수로 활약하다 최근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미국에 도전하는 강정호도 06학번이다.
당시 멤버를 보면 많은 선수들이 각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김현수(두산)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 중 하나다. 같은 팀의 민병헌도 두산의 핵심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강정호에 앞선 주전 포수였던 이재원(SK)은 지난해 전반기 4할에 가까운 타격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역시 SK 소속인 김성현 또한 화려한 수비와 안정된 공격력을 바탕으로 주전자리를 꿰찼다. 최주환(두산) 김문호(롯데) 등도 익숙한 이름이다.
당시 대표팀 명단에는 없었지만 역시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 역시 적지 않다. 고교 최고 투수 중 하나였던 유원상(LG)은 이적 후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양의지(두산) 황재균(롯데) 차우찬(삼성) 이명기(SK)도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최대어였던 한기주(KIA)를 비롯한 몇몇 투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앞으로 전성기를 열어젖힐 나이가 됐다는 점에서 프로야구를 이끌 황금 동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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