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루 가능? 강정호, PIT 믿음 검증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20 06: 00

“공격력이 뛰어나고 수비에서의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 외에) 2루와 3루에서도 뛸 수 있다. 벤치에서 시작할 것 같지만 우리 팀의 전력에 보완적인 선수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28, 피츠버그)와의 ‘4+1년’ 계약을 마무리한 뒤 현지 언론에 이와 같은 두 가지 장점을 설명했다. 사실 강정호의 공격력이 메이저리그(MLB)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현지에도 잘 납득되고 있는 요소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두 번째 전제를 증명해야 한다.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를 모두 능수능란하게 볼 수 있는 활용성이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계약한 뒤 곧바로 애리조나에 있는 친정팀 넥센의 전지훈련캠프로 건너갔다. 내달 시작되는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 확실하게 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MLB 스프링캠프는 시작 후 약 일주일 정도 가볍게 손발을 맞춘 뒤 곧바로 시범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몸부터 천천히 만드는 한국과는 다르다. MLB 선수들은 이미 경기에 들어갈 수 있는 컨디션을 완벽하게 구축한 뒤 캠프에 합류한다. 강정호도 그 과정을 밟고 있다.

19일(한국시간)에는 또 다른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강정호에 2루 수비에 대한 직접 과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는 포스팅 절차가 시작하기 전 “강정호는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 그리고 외야수로도 뛸 수 있다”라며 높은 활용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피츠버그도 그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강정호는 2루수로 실전에 나서본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이를 고려해 적응 훈련에 들어간 셈이다.
강정호는 프로 지명을 포수로 받았다. 광주일고 시절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과시했었지만 주전 유격수는 대개 김성현(SK)의 몫이었다. 실제 프로 무대 극초기까지는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 사실상 원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내야로 들어왔고 한 번 자리를 잡기 시작한 후에는 거의 대부분 유격수로 경기를 소화했다. 프로 입단 후 2루수로 뛴 적은 거의 없고 3루수는 아시안게임 당시 본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2루수나 3루수로 뛰어본 지 꽤 됐다는 의미다. 워낙 강한 어깨를 가져 3루수의 경우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2루수는 적응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유격수와는 상당 부분의 동작이 반대다. 이를 테면 병살 플레이를 할 때 유격수는 베이스를 밟고 그대로 던지면 되지만 2루수는 턴 동작이 필요하다. 1·2루간 타구도 마찬가지다. 1루로 던지려면 유격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염경엽 감독, 그리고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반대라 조금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메커니즘이라 연습을 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강정호는 워낙 센스가 좋은 선수라 금방 적응할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하지만 상황을 모두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멀티 포지션을 준비하는 게 아니다. 수준이 한 단계 높은, 일본의 날고 긴다는 야수들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던 MLB다. 여기에 2년차도 아닌, 시작부터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에서 계속 그렇게 뛰었다면 모를까, 첫 해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마쓰이 가즈오도 비슷한 사례다. 일본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혔던 마쓰이는 수비가 안 된다는 ‘충격적인’ 평가와 함께 2루로 전환했다. 그러나 나름 가볍게 봤던 2루에서의 수비도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결국 MLB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유격수 수비 하나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2·3루까지 신경써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2루에서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당장 올 시즌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피츠버그는 내심 올 시즌 뒤 주전 2루수 닐 워커의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액 연봉자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헌팅턴 단장은 “현재로서는 (트레이드에 대한) 어떠한 시나리오도 없지만, 강정호가 우리 기대만큼 활약한다면 X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Y선수의 포지션을 옮길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강정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워커를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가장 굵직한 돌 하나가 빠지는 만큼 강정호의 입지는 어떤 포지션에서든 더 굳어진다.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관계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2루 수비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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