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의 빈자리, '캡틴' 기성용이 발걸음 재촉하는 이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20 05: 30

단짝이자 기둥인 두 친구는 불의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캡틴'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우즈베키스탄과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을 펼친다.
한국은 A조 1위, 우즈벡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북한과 B조에 속해 승점 5를 기록하며 사우디(승점 3)를 따돌리고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즈벡을 만난다. 4년 전 3-4위전서는 우즈벡을 3-2로 힘겹게 물리치고 3위에 오른 바 있다.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서 두 기둥을 잃었다. 부동의 우측면 날개인 이청용(볼튼)과 섀도우 스트라이커 구자철(마인츠)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청용은 오만전서 살인 태클의 희생양이 됐다. 오른쪽 정강이뼈 부근에 실금이 가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구자철은 호주전서 상대의 거친 파울에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돼 잔여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슈틸리케호의 앞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둘의 이탈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이청용과 구자철의 단짝 기성용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말이 필요없는 '절친'이다. 어린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서 호흡을 맞췄다. K리그 명문 FC서울에서 함께 성장했다. A대표팀서 '쌍용'으로 불리며 승천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의 기둥이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경쟁 관계였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중원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기성용은 승선, 구자철은 좌절의 아픔을 맛봤다. 2012 런던 올림픽은 환희의 무대였다. 구자철은 주장으로, 기성용은 중원 사령관으로 동메달을 합작했다.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은 카타르 아시안컵과 브라질 월드컵 무대를 함께 누볐다. 4년 전 카타르 대회 때는 구자철이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청용은 부동의 오른족 날개로,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다. 셋 모두 절정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시기였지만 오롯이 날개를 펴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무대였다. 아쉽게도 꿈이 꺾였다. 이청용과 구자철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너무 일찍 대회를 마감했다. 기성용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셋은 이번 대회서 나란히 주장 후보로 꼽힌 주인공들이다. 이제 이청용과 구자철이 감당하던 책임감을 기성용이 짊어져야 한다.     
자질은 충분하다. 기성용은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기둥이다. 이번 대회 주장 완장을 차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캡틴의 품격을 뽐내고 있다. 경기를 읽는 시야와 패스는 이미 월드클래스급으로 성장했다. 중원에서 묵직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기본이다. 
두 버팀목을 잃은 기성용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