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두 좌완 토종 에이스 김광현(27, SK 와이번스)과 양현종(27, KIA 타이거즈)이 시련을 딛고 진정한 리그 최강 에이스로 등극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김광현과 양현종은 나란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기대 이하의 포스팅 최고액을 제시받았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는 컸다. 김광현은 구단의 동의하에 샌디에이고와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양현종과 KIA는 애초에 포스팅 금액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들에 앞서 류현진은 2012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했고 LA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에 이르는 최고액을 제시했다. 계약이 순조롭게 끝나면서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분명 류현진의 2년간의 활약은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또 선례가 있었기에 에이스 투수로서 미국 무대에 도전해 볼만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낮은 포스팅 금액으로 미루어 봤을 때 김광현, 양현종에 대한 미국 구단들의 기대치는 류현진만큼 높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성적만 비교해 봐도 류현진은 압도적이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7시즌동안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특히 2006~2007시즌엔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등 꾸준함이 돋보였다.
김광현, 양현종 역시 류현진의 뒤를 잇는 좌완 투수는 분명하다. 그러나 류현진만큼의 꾸준함을 보여주진 못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3.42로 이 부문 2위를 마크했지만 이닝 소화에 있어선 173⅔이닝으로 리그 5위를 마크했다. 토종 선수 중에선 유희관에 이어 2위의 기록. 양현종은 171⅓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7위였다. 아울러 2013시즌에 두 선수는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주요 성적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을 압도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검증되지 못한 성적으로 해외 진출을 미루게 됐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구단이 ‘잔류 프리미엄’을 쥐어주며 높은 연봉 인상액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전년 대비 3억 3000만 원이 오른 6억원에, 양현종은 2억 8000만 원이 오른 4억원에 계약했다. 잔류와 더불어 각 구단이 다음 시즌 이들의 활약에 걸고 있는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다음 시즌을 위한 굳은 각오도 비슷하다. 먼저 김광현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시련이라면 시련이다. 실망도 했었고 좌절도 했었다"면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활기차게, 김광현다운 모습으로 던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또 “이닝을 많이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인정받으려면 이닝소화와 부상에 대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팀이 하위권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2009년에 우승한 게 벌써 6년이 지났다. 그 때의 자부심보단 새롭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9년차다 보니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열심히’ 보단 ‘잘’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강하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탈삼진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가 차지해서 한국인으로, 개인적으로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이 놓인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구단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든 간에 두 ‘에이스’들에게 걸린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이제는 앞으로 개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꾸준한 활약은 프로야구에 또 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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