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왜 이토록 불행해야 하나. 끝나지 않는 불행의 늪이 tvN 월화드라마 '일리있는 사랑' 엄태웅을 에워싸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일리있는 사랑'에서는 어머니 고여사의 치매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장희태(엄태웅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어머니의 치매로 쓰린 속을 삼킬 때, 법적으론 여전히 그의 아내 김일리(이시영 분)는 김준(이수혁 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희태는 일리의 사랑을 알고 있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사랑을 알고 있다는 건, 분명 화가 나는 일이다. 그러나 희태는 거기다 대고 소리를 맘껏 지르지도 못하는 소심한 남자다. 이날 방송에서도 희태는 준의 전화에 대고 "같이 있잖아!"라고 외치고 싶지만 이는 그의 상상일 뿐이었다.

그런 희태에게 불행은 한꺼번에 닥쳐왔다. 일리의 불륜에 이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버린 것. 언제나 당당했던 어머니는 이제 최근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가끔 남편을 못 알아보고 집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 앞에서 희태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를 맘껏 티내지도 못했다. "그냥 건망증 정도"라며 어머니를 달랜 희태였다.
이렇게 희태가 어머니의 일로 힘들어할 때, 일리는 준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두 사람은 민박집에서 손을 꼭 잡고 애틋한 밤을 보내고, 연애하는 여느 연인처럼 행동했다. 두 사람이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희태는 "일리는 꼭 사춘기 소녀 같았다"고 느꼈다. 자신 옆을 떠난 아내가 호기심을 보이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 아닌 다른 남자와 장난을 치는 모습에 희태는 발길을 돌려 소심하고 찌질한 자신을 감내해야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희태의 불행은 준과의 예기치못한 만남에서 극대화됐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준을 남편으로 착각했다. 준에게 "미스터 장"이라 부르며 설렌 표정을 지어보였다. 없어진 어머니를 찾으려 준의 가게로 향한 그는 준으로부터 진심의 위로를 받았다. 아내를 빼앗아간 불륜의 남자로부터 위로를 받는 희태의 마음은 한없이 추락했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현실에 희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을 원망하는 것 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잔인할 수가. 이런 식으로 다시 엮이다니. 이건 하늘이 주는 조롱이다"고 독백하면서, 하늘을 향해 "엿같다, 정말"이라고 외쳤다. 그저 그 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특히 일리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질수록 희태는 더욱 초라해졌다. 일리, 준의 모습을 보고난 뒤 고개를 떨구고 뒤돌아서는 희태의 모습은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연민을 더욱 짙게했다.
'일리있는 사랑'의 희태는 대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까. 이는 여느 드라마들이 그리는 단순한 권선징악도 아니며, 주인공이 겪는 고난도 아니다. 희태를 둘러싼 현실이 그저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기에 더욱 슬프고, 더욱 불쌍한 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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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있는 사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