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만 스쳐도 찌르르 몸이 떨린다. 더 이상 밀어내기도, 더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이 안타까움만 더했다. 서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몸은 떨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커플이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 김진우) 13회에서는 채영신(박민영 분)이 서정후(지창욱 분)의 정체를 알게 되는 내용이 그려졌다. 영신은 배상수(박상욱 분) 패거리의 함정에 빠져 곤경에 처했고, 기영재(오광록 분)이 정후 대신 잡히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조민자(김미경 분)의 전화를 받고 정후를 찾아 나선 영신. 영신은 정후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정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따라 가만히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영신은 정후가 힐러라고 확신하면서 결국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

정후의 정체를 알게 된 영신은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 눈물만 흘렸다. 정후를 다시 만나지 못할까 두려웠던 영신은 자신이 정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정후가 하는 대로 그대로 속아주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더 알게된 셈이지만 오히려 이들 사이를 막는 장벽 같은 비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신은 정후에게 돌려서 마음을 고백했다. 영신은 앞에 있는 정후를 향해(힐러에게 하는 듯) "손잡고 싶고, 안고 싶고, 밤새 얘기하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다. 기다리는데 화는 난다"라고 말하면서 그의 품에 기댔다. 정후는 자신에게 기댄 영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지만, 영신은 이내 정후의 품을 떠났고 두 사람의 손끝만 스칠 뿐이었다.
영신과 정후는 그동안 가슴 떨리는 로맨스를 그리며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손끝만 스쳐도 두근거리고, 키스보다 더 설레는 손깍지로 로맨틱함을 더했다. 특히 영신과 정후가 손을 잡는 장면은 어떤 애정표현이나 달콤한 고백보다도 설레고 떨리고, 또 두 사람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안타깝게 손끝만 스쳤지만, 그 짧은 장면 안에 녹아 있는 영신과 정후의 마음은 충분히 느껴졌다.
앞서 데이트 중 손깍지 장면으로 애틋함을 전달한 영신과 정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을 말할 수는 없지만 눈빛만으로, 스치는 손길만으로도 깊은 애정을 그려내고 있어 그 애틋함은 배가 됐다. 떨리는 손끝의 움직임만으로도 섬세하게 감정을 나두고 있는 영신과 정후의 애절한 사랑이 앞으로 또 어떤 위기를 극복하고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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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