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공동묘지를 달구는 한화의 러닝 지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1.20 06: 10

"여긴 지옥이야 지옥". 
지난 19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이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 투수들 한 무리가 오후 2시30분을 넘어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졌다. 최고참 임경완을 필두로 투수조장 안영명, 신인 김민우·김범수 등 13명의 투수들이 보조구장 뒤편의 체육관너머로 10여분을 걸어서 이동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공동묘지로 향하는 입구의 도로. 시영구장 메인구장 정면에서 바라볼 때 우측에 공동묘지가 있다. 한화 투수들이 공동묘지 입구로 간 것은 러닝 훈련을 위해서였다. 이홍범 트레이닝코치의 지도 아래 언덕길을 뛰어오르는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미 한화 투수들은 공동묘지 입구로 이동하기 전에도 단거리 러닝을 50m·30m·20m 10세트씩 실시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m 가량의 언덕을 오르는 러닝을 무려 20세트나 추가로 했다. 투구를 하지 않는 일정의 투수들에게는 오후 훈련은 러닝의 연속이었다. 
13명의 선수들이 1명씩 차례로 200m 거리로 직선과 곡선 형태의 언덕을 전력 질주했다. 한 번 뛰어 오른 다음 빠른 걸음으로 출발 위치에 내려가 다시 같은 위치까지 질주하는 방식을 무려 20번이나 반복했다.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곧잘 뛰던 선수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근육이 올라오는 고통에 다들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한 선수는 "여긴 지옥이다 지옥"이라며 혼잣말을 내뱉었고, 또 다른 선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스피드가 점점 느려졌지만, 이홍범 코치의 독려 아래 투수 13명 모두 낙오자 없이 한 시간 가량 20세트를 소화했다. 공동묘지 입구라 한적한 곳이지만 한화 투수들의 거친 숨소리에 뜨거운 공기가 흘렀다. 
이홍범 코치는 "러닝은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하체와 허리가 강해지고,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며 "러닝은 정말 지루하고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고 러닝의 효과를 역설했다. 모든 훈련의 시작과 기본이 러닝이다. 
캠프 초반이라 러닝으로 몸을 만드는 기초단계에 더욱 시간을 쏟고 있다. 이홍범 코치는 "러닝 프로그램은 매일 있다. 다양하게 바꿔가며 한다. 감독님도 러닝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SK 때도 고치에 오면 이곳 언덕에서 러닝 훈련을 해왔다"며 "언덕이 끝이 아니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계단이 있다"는 말로 지옥의 계단 내려오르기 훈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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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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