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잭 그레인키가 웃는다?
맥스 슈어저가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하면서 투수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인 7년 2억 1,000만 달러 블록버스터를 터트린 것으로 알려진 20일(이하 한국시간) 여러 명의 투수들이 관심을 받았다.
우선 조던 짐머맨이 워싱턴에 잔류할지가 화제가 됐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계약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콜 해멀스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지막 남아 있는 FA 거물 투수 제임스 실즈의 몸 값도 새삼 주목을 받았다.

또 한 명 거론 되는 이름이 LA 다저스 우완 투수 잭 그레인키다. 그레인키는 2012년 12월 FA 신분으로 다저스와 6년, 1억 4,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제 계약 후 두 시즌을 보냈을 뿐이다.
이럼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계약 내용 때문이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을 보낸 다음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2018년까지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레인키가 2013시즌을 앞두고 받은 1억 4,700만 달러 역시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슈어저의 금액에 비하면 한 참 모자란다.
잠시 둘의 성적을 비교해 보자. 그레인키는 캔자스시티 로얄즈 시절이던 2008년 13승을 거둔 뒤 매년 두 자리 승수를 올리고 있다. 2011년 이후에는 15승 이상이다. 지난 해도 32경기에 나와 17승 8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했다. 202.1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좀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2009년에는 사이영상을 수상 했다.
슈어저는 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12승을 거둔 뒤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뒀다. 2013년과 2014년은 각각 21승 18승을 거뒀다. 특히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13년에는 21승으로 다승 1위이었고 승률(.875)도 1위에 올랐다. WHIP=0.970이라는 선발 투수로는 믿기 힘든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레인키의 메이저리그 11시즌 동안 통산 bWAR는 39.4이다. 2009년에는 10.4였으나 지난 해는 4.3으로 줄었다. 슈어저는 7시즌 통산 bWAR가 24이다. 최근 2년간 각 각 6.7, 6.0을 기록하면서 그레인키에 비해 뛰어났던 두 시즌 성적을 반영한다.
Baseball-reference가 각자의 지금까지 기록을 바탕으로 계산해 놓은 바에 따르면 슈어저는 한 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3.58을 거둔 것으로 환산된다. 그레인키는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여기까지 보면 아무래도 그레인키 보다는 슈어저의 현재 가치가 높아 보인다. 거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나이다. 1984년 생인 슈어저는 31세부터 37세까지가 계약 연도다. 그레인키는 1983년 생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계약을 하면 33세부터 계약연도가 시작되는 셈이다. 만약 7년 계약이라면 39세까지가 계약연도다. 이렇게 계약해 줄 구단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5년 계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 질 수 있다. 37세면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그레인키가 다저스와 남은 계약의 잔여 연봉이 3년간 7,700만 달러다. 연평균 연봉 면에서 지금 계약과 비슷하더라도 나이를 감안하면 5년 계약을 따내는 것도 성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번 오프시즌에서 존 레스터, 맥스 슈어저, 제임스 실즈 등 FA 선발 투수 3인방의 거취가 거론 될 때 마다 다저스의 이름도 빠짐 없이 나왔다. 그레인키가 옵트 아웃을 통해 다저스를 떠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하지만 다저스는 레스터나 슈어저 영입에 나서지 않았고 현재 실즈의 영입 후보 구단에도 이름이 없다).
물론 그레인키의 옵트아웃 행사 여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이야기다. 우선 올 시즌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다음 생각할 일이다. 실제로 그레인키도 같은 말을 이미 지난 시즌 중에 했다. 옵트 아웃 행사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그 때 가서(2015시즌이 끝날 무렵)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 해 사용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레인키가 언급한 여러 상황 중에는 물론 이번 오프시즌에서 정해지는 투수들의 몸값 역시 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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