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에서 다시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었던 여자부에도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 Kixx는 장충체육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간 뒤 2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구미와 평택을 오가며 생활했다. 구미는 남자부 LIG손해보험이 있었지만 완전한 홈이 아니었고, 평택 역시 얼마 뒤에 떠날 것을 전제로 하는 한시적 홈이었다. 연고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장충을 떠나 있는 동안 GS칼텍스의 홈경기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찾아가기 쉬운 환경이라 할 수 없었고, 평택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중들이 찾아오는 남자부 경기가 함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자부 내의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도 GS칼텍스가 인기몰이를 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장충체육관 리모델링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GS칼텍스는 2년 7개월 동안 사용했던 두 곳의 임시거처에서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선구 감독은 “부담은 된다”면서도 ‘셋방살이’에서 벗어난 기분을 만끽했다. 이제야 진짜 홈으로 돌아와 팬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 감독에게는 장충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고3이던 1965년부터 장충체육관에서 뛴 경험이 있다. 또한 1969년에는 조재학, 심재호, 김형실, 이인, 이춘표 등과 함께 아시아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기억도 있다. 이 대회 한국의 첫 우승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GS칼텍스) 부임 첫 해에 장충에서 꼴찌를 했다. 그리고 셋방살이를 하면서는 성적이 났다. 장충을 흔히 스포츠의 메카로 부르지 않나. 리모델링을 잘 해준 서울시에 고맙지만,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서울 팬들에게 향후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다.

장충의 부활은 단순히 옛 세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살아난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시설 면에서도 우수하다. 오래 전에 지어진 체육관이라 가변좌석을 포함한 총 좌석 수가 4500여 석에 불과하지만, 최신형 고해상도 컬러 전광판과 함께 음향, 조명 시설까지 개선됐다. 특히 선수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조명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선구 감독은 “조도가 가장 밝은 편이다. 계양체육관과도 비슷한 정도일 것이다”라며 배구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부터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지어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그 공간 벽면에 과거 사진 등 시각적으로 장충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자료들을 배치해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다시 배구경기가 벌어진다는 것이 반갑다. 재개장된 장충체육관이 V-리그에도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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