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새 주장 오재원(30)은 매 시즌 새로운 시도를 한다. 지난 시즌 이전까지는 유니폼 번호도 자주 바꿨고, 운동 방법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효과도 보고 있다. 오재원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항상 시즌 전에 증량을 하고, 시즌이 다가오면 몸이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해 코어 트레이닝을 했다. 캠프에 가서도 좋은 운동방법이 있으면 배우려고 한다”며 늘 새로운 운동 방법을 연구했다. 지난해에는 타율 3할1푼8리, 33도루로 타격면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배우겠다고 다짐했던 만큼 더 진화한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오재원이 이번에도 비장의 무기를 하나 더 들고 나왔다. 바로 2kg 무게의 방망이다. 현재 팀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오재원은 한국에서 가져온 이 방망이를 연습에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이 경기에 쓰는 배트의 무게가 900g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오재원은 두 배 이상 무거운 배트로 타격훈련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배트를 활용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오재원은 비활동 기간에 체중을 불렸다. 단순히 살만 찌운 게 아니라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거포 스타일의 체형을 만들었다. 시즌에 들어가 경기를 소화하면 체중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오재원은 애리조나에서 100kg에 가까운 수준까지 증량할 계획이다.
힘을 늘리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한 덕분에 오재원은 2kg에 달하는 배트를 가지고도 스윙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허경민과 최주환도 배팅 연습을 하며 오재원의 대형 배트를 써봤지만, 이내 코칭스태프가 만류했다고 한다.
오재원의 대형 배트는 노브(손잡이) 부분부터 굵다. 그리고 헤드와 중심부의 굵기가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타자들이 경기 중 대기타석에서 링을 끼운 채 스윙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납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뛰다 납주머니가 사라지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이, 이 배트를 쓰다 900g 전후의 방망이를 쓰면 가볍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배트스피드와 파워가 배양되는 효과도 생긴다.
2013년 113경기에 나서 7홈런으로 자신의 한 시즌 홈런 기록을 바꾼 오재원은 지난해 110경기에서 홈런 5개를 때렸다. 점점 파워가 향상된다면 경기 수가 늘어남에 따라 두 자릿수 홈런도 가능할지 모른다. 김태형 감독도 부임 당시 “재원이는 1번타자의 스윙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대신 파워가 있어 2번과 6번 모두에 쓸 수 있다”며 오재원의 배팅 파워를 칭찬한 바 있다.
이미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는 오재원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반면 2007년부터 4년간 395경기에서 홈런이 없었을 정도로 파워는 부족했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다. 이후 4년 동안 치른 429경기에선 18홈런이 나왔다. 타고난 거포는 아니지만 오재원은 부단한 노력으로 ‘장타가 없는 선수’에서 ‘그래도 가끔 터지는 한 방은 있는 선수’ 정도까지 자신을 성장시켰다. 2kg 방망이와 함께하는 애리조나 전지훈련이 오재원을 얼마나 바꿔놓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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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왼쪽부터 펑고배트-오재원의 연습용 배트-일반배트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