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선언’ 봉중근, 보상 받을 수 있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20 07: 40

“제가 졌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구단 움직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LG 트윈스 봉중근(35)이 연봉 동결을 받아들이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LG 구단은 지난 19일 봉중근과 4억5000만원에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2월부터 시작된 봉중근과 LG 구단의 줄다리기는 LG 구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봉중근은 2014시즌 팀의 마무리투수로서 50경기·49⅔이닝을 소화하며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구단은 봉중근의 활약에 만족하지 않은 듯 초지일관으로 연봉 동결을 밀고나왔다. 봉중근이 9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찍고,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 세이브 부문 리그 3위에 올랐음에도 구단의 평가는 박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LG 구단 연봉 정책의 모순점이 드러났다.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LG는 리그 최강 불펜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봉중근으로 인해 10년 암흑기의 원흉이었던 ‘마무리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봉중근은 LG의 대체불가 마무리투수이며, 이는 분명 고과산정에도 반영됐다. 실제로 봉중근은 투수 고과 2위에 자리했다. 불펜 필승조 투수들 전부 연봉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인상 대상자’였다.
하지만 LG 구단은 봉중근이 이미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봉중근과 세이브 타이틀 경쟁을 벌인 삼성 임창용, 넥센 손승락은 2015시즌 각각 5억원, 5억3000만원 연봉을 받는다. 봉중근은 이들보다 세이브 숫자는 한 두 개적어도, 평균자책점은 2점 가량 낮다. 블론세이브에선 임창용보다 3개 적고, 손승락과는 똑같다. 봉중근이 이들보다 낮은 연봉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봉중근은 계약 체결 후 “그래도 2년 후 FA가 되는 만큼, 2015시즌 후 FA 프리미엄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다음에는 금액 차이로 서운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동기부여를 갖고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구단의 약속을 믿기로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캠프를 치르는 것에 의미를 뒀다. 봉중근은 2016시즌까지 앞으로 2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FA 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봉중근의 나이다. FA 계약 첫 해가 되는 2017년 봉중근은 만 37세가 된다. 체력 부담이 적고, 기량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마무리투수를 하고 있지만, FA 대박을 노리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게다가 LG는 지금까지 FA와 무관하게 연봉을 책정해왔다. 2015시즌 후 FA가 될 수 있는 이동현도 이번 연봉 인상에서 ‘FA 프리미엄’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 구단이 봉중근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실천할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LG 구단은 투수 고과 1위 우규민, 3위 류제국을 만나 연봉협상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고과 순위를 놓고 보면 이들 역시 인상이 유력하다. 지난해 연봉도 나란히 1억8000만원으로 봉중근보다 규모가 작다. LG가 이들에게 건낼 제시액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LG 구단은 2년 전에도 활약과 무관하게 봉중근의 연봉을 책정한 바 있다. 마무리투수 전향 첫 해였던 2012시즌 봉중근은 40경기·38이닝을 소화하며 26세이브(1블론 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찍었다. 그런데 언론에는 1억5000만원 동결을 발표했다. 그리고는 뒤로 세이브당 옵션을 걸었다. 봉중근은 당해 겨울 어깨 통증으로 WBC에 불참했음에도, 2013시즌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면서 LG 구단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손에 쥐었고, 이듬해 4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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