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지창욱이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박상원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사랑하는 여인 박민영의 옆에서 그를 지키고픈 마음 역시 존재한다. 신분을 숨긴 채 누구의 심부름도 완벽하게 처리하던 힐러였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탄로 날 위기에도 옆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 김진우)에서는 여태껏 후배로만 알았던 봉수(서정후, 지창욱 분)가 사실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힐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채영신(박민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신은 해커 조민자(김미경 분)으로부터 “봉수를 찾아보라”는 전화를 받고 부상당한 그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정후는 영신을 불렀고, 영신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따라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영신은 정후를 힐러라고 생각해도 될 만한 정황들을 떠올렸고, 이내 그가 힐러라 확신하게 됐다.

이어 봉수가 깨어났다. 영신은 봉수가 힐러라는 확신을 하면서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행여 그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영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정후는 분노에 휩싸였다. 어머니를 볼모 삼아 자신의 약점을 건드린 김문식(박상원 분)의 악랄함에 “죽여 버리겠다”며 복수심을 불태웠고, 김문호(유지태 분)을 찾아가 이를 논의했다.
문호와 정후가 생각하는 해결 방식은 달랐다. 기자인 문호는 형인 김문식을 조종하는 어르신이라는 인물의 비리를 파헤쳐 세상에 공개해 악행을 막으려 했고, 심부름꾼인 정후는 어르신을 직접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견의 대립을 보이고 있을 때 쯤, 영신이 찾아왔다. 김문식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며 그의 동생인 문호를 인터뷰 하겠다고 온 것. 현재 영신은 문호의 지시에 따라 문식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었다.
영신을 좋아하는 정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문식의 집에 찾아온 영신에게 "직장 상사 집에는 왜 왔느냐"고 질투심을 드러내는 한편, 영신이 자신의 집에서 이종수(장성범 분)와 함께 가 취재를 마무리하려 하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결국 두 사람을 따라갔다.
영신의 집에서 두 사람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미 정후가 힐러라는 사실을 눈치 챈 영신은 자신의 앞에 있는 그에게(힐러에게 하는 듯) "손잡고 싶고, 안고 싶고, 밤새 얘기하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다. 기다리는데 화는 난다"라고 말하면서 품에 기댔다. 정후는 자신에게 기댄 영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지만, 영신은 이내 정후의 품을 떠났고 두 사람의 손끝만 스칠 뿐이었다.
정후는 조민자와 사부 기영재, 문호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영신을 좋아하면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방송 말미, 정후는 자신을 아버지처럼 보살펴줬던 기영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됐다. 이 역시 문식의 짓임이 분명한 상황. 힐러로 살아온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그가 사랑과 복수,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까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결해 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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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