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일리있는' 엄태웅, 눈빛·목소리까지 짠하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1.20 11: 39

보고 또 봐도 불쌍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부터 그의 눈빛, 목소리까지 모든 게 다 짠하다. 엄태웅이 연기하는 tvN 월화드라마 '일리있는사랑' 장희태 캐릭터는 그야말로 짠내가 가득하다.
지난 19일 방송된 '일리있는사랑'(극본 김도우, 연출 한지승) 15회는 어머니 고여사(이영란 분)의 갑작스러운 치매 진단에 힘들어하는 장희태(엄태웅 분)와 그의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는 와중에 장희태는 아내인 김일리(이시영 분)가 김준(이수혁 분)과 다정한 모습을 하는 것을 말 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시청자들은 김준과 불륜을 저지른 사랑하는 아내 일리를 매정하게 밀어냈던 장희태의 모습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내를 잊지 못한채 주변을 서성이며 신경을 쓰는 모습에는 함께 안타까워했다.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순간에도, 그는 일리를 떠올렸다. 담당 의사에게는 아내 일리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 당부했고, 가족에게는 "일리가 없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 희수를 밤낮으로 돌보느라 아기까지 포기해야 했던 아내 일리의 오랜 노력과 고생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생기가 없어지고 초점이 흐려진 듯한 눈빛이나, 극을 이끌어 가는 저음의 내레이션까지, 엄태웅의 모든 것들이 슬픔으로 가득하다. 가끔씩 등장하는 상상신처럼 소리라도 내지르면 차라리 나을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모든 걸 자기탓으로 돌리고 체념하는 듯한 모습이 이런 안쓰러움을 더했다.
이미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탁월한 동공연기까지 펼치며 안타까운 선우의 내면 연기를 한 차례 펼쳐냈던 엄태웅은, 이번 '일리있는사랑'에서는 힘도 권력도 없는 그저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만한 인물 희태로 분해 더욱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안팎의 낮은 시청률, '불륜을 미화한다'는 지적 속에서도 '일리있는사랑'이 호평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엄태웅을 주축으로 한 출연 배우들의 눈에 띄는 호연과, 슬픈 순간마저도 아름답게 수 놓는 돋보이는 영상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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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있는사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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