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일은 쉬게 해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18일 "첫 휴일은 쉬게 해준다. 이렇게 캠프에서 휴식을 주는 건 오랜만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 말대로 한화는 20일 고치 스프링캠프 시작 후 공식 휴일을 맞아 처음으로 쉬었다. 오후 5시30분부터 야간훈련만 했다. 전날도 엑스트라조만 남아 저녁 7시까지 훈련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저녁부터 푹 쉬었다.
김성근 감독의 훈련 스타일을 볼 때 정말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감독 캠프에는 쉬는 날이 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도 한화 선수들은 휴일에도 오전부터 나와 훈련을 했다. 쉬는 조도 있었지만 그들도 늦은 오후에는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김 감독이 전날 야간훈련부터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휴식일에 맞춰 쉬게 해준 건 놀랄 일이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몇몇 선수와 관계자들은 "정말 쉬는 게 맞느냐. 언제 또 훈련을 할지 모른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김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신예급 선수 8명이 오후 2시부터 동부구장에서 수비훈련을 받았을 뿐 선수 대부분은 숙소 근처에서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해질 무렵인 5시30분부터 야간훈련을 시작했다.
이처럼 김 감독이 캠프 초반에 휴식을 준 것은 강도를 높이기 전 단계로 보면 된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 경기를 할 수 있는 몸들이 아니다. 원래 같으면 12월에 몸을 만들고 1월에 훈련을 할 때인데 비활동기간 45일을 쉬며 전체적으로 늦어졌다"고 말했다.
캠프 초반 훈련의 강도를 줄이고, FA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을 오키나와 재활 캠프로 보낸 것도 훈련을 할 수 있는 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조치. 기술훈련보다는 체력 강화훈련에 시간을 더 쏟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휴식을 준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바짝 긴장해야 한다. 김 감독은 "쉬고 나서부터는 진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22일 디펜스데이를 가진 뒤 23일에는 라이브게임을 시작한다. 이어 27일 디펜스데이를 거쳐 28일부터 자체 홍백전으로 실전경기에 돌입한다. 실전 모드를 앞두고 강도를 점차 높여 나간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한화 선수들의 흙투성이 된 유니폼을 기대했다. 스프링캠프 초반 아직 웃음기가 남은 선수들의 훈련 모습에 조금 실망한 팬들도 있지만 이는 지옥훈련을 위한 준비단계였다. 이제 한화 캠프에 본격적인 지옥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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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