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차두리는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를 합작할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레이크사이드 스타디움서 공식 훈련을 벌였다. 18일 오후 8강 결전지인 멜버른에 입성, 19일 꿀맛 휴식 뒤 가진 멜버른에서의 첫 훈련이었다.
두 명의 차두리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김주영(27)과 차두리(35, 이상 서울)다. 김주영이 대표팀과 소속팀 선배인 차두리의 트레이드마크를 따라 했다. 삭발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보면 누가 차두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닮은 모습이었다.

차두리가 자신이 사용하는 이발기로 직접 후배의 삭발을 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9일 태극전사들에게 꿀맛 휴식을 부여했다. 차두리는 룸메이트 김주영의 머리를 정성스레(?) 손질해줬다. 평소 본인의 머리를 직접 다듬는 차두리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김주영은 이날 훈련 후 "호주가 너무 지루해서 그냥 삭발을 해봤다(웃음)"고 농을 던지며 "(차)두리 형이 자신의 이발기로 잘 잘라줬다. 심경의 변화 같은 건 전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주영은 지난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오른 발등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미열을 동반한 감기 몸살도 있었다. 설상가상 훈련 도중 왼쪽 발목 염좌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4일 사우이아라비아와 평가전, 오만전서 연달아 풀타임을 뛰었던 김주영은 쿠웨이트, 호주와 조별리그 2, 3차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김주영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서 복귀전을 노리고 있다. 두 명의 차두리가 함께 포백라인을 형성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두리는 호주전서 벤치를 지키며 체력을 충전했다. 8강전 출전이 유력하다. 다만 김주영의 몸상태가 변수다.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아직 100%는 아니다. 김주영은 "발목 상태가 100%는 아니다. 마냥 쉬기도 아쉬워 훈련에 나왔다"면서 "(곽)태휘 형이 등이 잘해주고 있어 뒤에서 잘 받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나타냈다.
김주영의 경쟁자는 3명이다. 주전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는 오만-쿠웨이트전서 풀타임을 소화한 뒤 호주전서 14분만 뛰며 체력을 비축했다. 하지만 경고 1장을 안고 있어 8강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추가로 경고를 받을 경우 4강전에 나서지 못한다. 호주전서 풀타임 활약을 펼친 곽태휘, 쿠웨이트-호주전서 풀타임을 소화한 김영권 등이 살엄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오는 22일 오후 4시 30분 우즈베키스탄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8강전을 벌인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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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