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돼 있다가 터져나오는 것들은 임팩트가 강렬하다. '펀치'에 등장하는 김래원(박정환)의 눈물이 그렇다. 무표정한 얼굴로 냉정함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눈물을 보일 때면 애절함과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특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눈물이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는 박정환(김래원 분)과 이태준(조재현 분)이 전력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태준은 자신의 야욕을 위해 김성찬 대통령 비서실장 딸의 교수직 임용에 관한 비리를 파기 시작했고, 김래원은 비서 실장의 편에 서 태준의 계략을 방해하고 나섰다.
극의 흐름상 이는 굉장히 중요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난 뒤 정환의 오열장면이 더욱 머리에 남는 이유는 왜일까.

이날 조강재(박혁권 분)에 의해 정환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신문에 실려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정환의 어머니(송옥숙 분)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오열한다. 정환의 어머니는 "정환아 너 떠나면 엄마 방문 누가 열어줄까"라며 눈물을 보였고, 정환은 "엄마 미안해, 혼자 남게 해서 정말 미안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머니와 딸을 생각했을 때만 눈물을 보이며 한 없이 약해진다. 전 부인인 신하경(김아중 분) 앞에서는 오열했다. 정환은 "3개월만 살고 싶다 예린이 입학식 너무 가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환은 영특한 전략으로 조강재와 이태준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강재를 잡아 넣는데 성공하고, 태준과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열하는 장면에서만큼은 냉정함을 놓고 무너져내렸다. 그렇기에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진 것.
그의 눈물이 돋보인데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김래원은 정환을 세세하게 연기하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이로써 캐릭터의 몰입감을 높였고,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었다.
김래원이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강남, 1970'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가 이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할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영화까지 흥행에 성공한다면 단언컨대 말할 수 있다. 확실히 김래원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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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펀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