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지섭, 이른 ‘잭팟’ 터뜨릴 필요 없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21 06: 59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지난 16일 인천공항에서 류택현 2군 투수코치는 임지섭(20)의 성장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덧붙여 류 코치는 “지섭이의 성장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작년 5월부터 최소 2년을 잡고 지섭이를 완성시키려고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지점에 올라온 상태다. 선수기용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부분이지만, 이대로라면 조만간 실전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코치는 2014년 5월부터 2군에서 임지섭을 전담 마크해오고 있다. 양상문 감독의 요청에 따라 마냥 거칠었던 임지섭의 투구폼을 바로 잡는데 온 힘을 다했고, 그 결과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여름이 지나면서 임지섭은 고질병이었던 투구시 헤드업 문제를 해결했다. 팔 스윙 각도를 좁히며 제구력도 나아졌다. 임지섭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에 앞서 “아직 내 투구폼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현재 70% 정도까지는 온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양상문 감독 또한 임지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른 것을 인정, 이번 스프링캠프서 임지섭을 선발투수 후보군에 올렸다. 지난해 일찍이 임지섭을 kt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양 감독은 “원래 지섭이는 2016년을 바라보고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시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선발진 새 얼굴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강상수 투수코치는 “지섭이가 5선발 정도를 맡아주는 게 그림이 가장 좋다. 지섭이는 기존 선발진에 없는 유일한 좌완이기도 하다. 지섭이가 비록 실패를 겪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우리 마운드를 책임질 투수기 때문에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밝혔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만 20세 투수가 선발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우는 2010시즌 넥센에서 뛰었던 고원준, 2011시즌 넥센 문성현과 한화 안승민 셋 밖에 없었다. 당시 넥센과 한화는 리빌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망주에게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그러나 LG는 올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최소목표’로 삼았다. 임지섭에게 마냥 기회를 제공하기는 힘들다.
LG 코칭스태프도, 임지섭도, 무리하게 서두르면서 성공을 쫓을 마음은 없다. 1군 무대 준비가 완벽히 이뤄지고 나면, 임지섭은 LG 선발진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임지섭은 1군에서 시즌 시작 한 달 만에 2군으로 내려갔고, 곧장 장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잘 쌓여가고 있는 탑이 무너지는 것은 LG와 임지섭 모두에게 최악이다. 임지섭과 지난해 미야자키 교육리그, 그리고 고치 마무리캠프까지 호흡을 맞춘 한 포수는 “지섭이는 무조건 선발투수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구위도 좋고 체력도 강하다. 그런데 라이브배팅 때 지섭이가 던지면 타자와 포수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한다. 이따금씩 제구가 안 될 때가 있다”고 웃었다.
2013년 여름 당시 LG 스카우트팀은 임지섭을 1차 지명자로 뽑으며 “아직 임지섭은 자기 투구폼이 정립되지 않았고 제구력도 좋지 않다. 하지만 재능이 있기 때문에 3년 뒤를 내다보고 결정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애초에 최소 3년 짜리 프로젝트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암흑기 시절, 혹사와 함께 많은 투수들을 수술대로 오르게 한 LG의 과거를 돌아보면 더 그렇다. 올해 잠재력이 폭발하면 좋지만, 임지섭에게는 앞으로도 중요한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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