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괌 1차 캠프 명단에 포함된 사이드암 계열 투수는 4명. 임창용, 권오준, 신용운, 심창민이 그들이다. 한해 농사의 시작과 같은 전훈 캠프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나 이들에게 그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임창용은 30세이브 고지를 밟았으나 5.84의 평균 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또한 9차례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예전 만큼의 믿음은 주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임창용의 구위가 떨어졌거나 선수 본인이 요청할 경우 보직 교체를 검토 중이다.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던 임창용은 괌 캠프에 조기 합류해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김태한 투수 코치는 "임창용이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됐지만 신체 나이는 젊은 선수들보다 낫다"며 "수술하고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상태다. 올해가 작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권오준에게 지난해 괌 1차 캠프는 악몽과도 같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숙소와 훈련장을 오가며 하체 근력을 키웠다. 그런데 갑자기 체인이 고장나면서 자전거가 전복됐다. 그 과정에서 오른 손목을 크게 다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시즌 내내 재활 훈련에 매진하느라 1차례 마운드에 오른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벼량 끝 위기다. 권오준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 번 해보겠다"고 독기를 품었다. 괌 1차 캠프에서 선수단을 지원 중인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권오준의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물론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다.

신용운 또한 마찬가지.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신용운. 이듬해 1군 마운드에 44차례 등판해 2승 2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03. "신용운이 중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는 게 김태한 투수 코치의 평가다.
2013년 12월 오른쪽 팔꿈치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신용운은 지난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겨우내 권오준, 김건한(개명 전 김희걸)과 함께 체력 훈련을 소화하며 올 시즌을 잔뜩 벼뤘다. 괌 캠프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꾸준히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기에.
막내 심창민은 지난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5승 2패 8홀드(평균 자책점 6.81).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심창민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며 "내게 정말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성적도 좋지 않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시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태한 코치는 "심창민의 기량이 좀 더 향상돼야 하는데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전체적으로 계투진의 무게감이 떨어진 느낌"이라고 아쉬워 했다. 뒤집어 보면 심창민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계투진이 강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4명 모두 1군 잔류는 쉽지 않을 듯. 그만큼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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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