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이 악담을 퍼붓는 심각한 장면에서 대본에 없는 커다란 귀마개를 꼈다. ‘펀치’에서 악랄한 악인을 연기하는 그가 왜 지위와 걸맞지 않은 귀마개를 착용했을까.
지난 2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 11회는 이태준(조재현 분)이 조강재(박혁권 분)가 비리로 수사를 받게 되자 박정환(김래원 분)과 한강에서 만나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 태준과 강재의 코가 빨개질 정도의 추운 날씨 속에 두 사람은 서로의 목숨줄을 움켜쥔 채 지리없는 싸움의 승패를 점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태준은 상당히 큰 귀마개를 꼈다. 털까지 달린 이 귀마개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언제나 반듯한 정장을 입고 위엄을 자랑하는 검찰총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이 드라마를 보고 악인이지만 공감이 가는 태준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장면이었다. 태준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것과 달리 상당히 소탈한 성격. 양주보다 소주가 더 어울리고 야외에서 작은 의자 하나 갖다놓고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물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 그런 태준이기에 지독히도 악랄한 비리를 저지르고 정환을 괴롭혀도 인간미가 느껴졌다. 이날 장면에서도 시작은 추운 날씨 속에 전환에게 “묵어라. 따시다”라며 손에 꽉 쥐고 있던 커피를 넘기면서 시작됐다. 그러니 양복과 어울리지 않은 커다란 귀마개는 태준이라는 인물이 가진 캐릭터와 잘 맞았다.
이 장면은 사실 조재현의 캐릭터 연구에서 비롯됐다. 귀마개는 대본에 없었지만 조재현이 이야기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해 착용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조재현 씨가 좀 더 극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기 위해 귀마개를 착용했다”면서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대본에는 없었던 장면”이라고 전했다.
한편 ‘펀치’는 현재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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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