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집중분석] LG 신연봉제 시즌5, 위너와 루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21 14: 27

이번에도 잡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미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지만, LG 트윈스의 연봉협상에는 여전히 마침표가 찍히지 않고 있다. 봉중근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류제국과 우규민은 아직도 미계약자로 남아 있다.
LG 구단은 지난 5년 동안 신연봉제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과산정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윈셰어의 비율을 30, 40%까지 낮췄다고 한다. 대신 ‘정성평가’ 비중을 높여 불펜투수의 불펜대기 투구수, 선수들의 평소행실과 연습자세 등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적극 반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선수들의 연봉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다섯 번째 신연봉제의 위너와 루저를 가려보았다.
①위너: 이병규(7번)·최경철

지난해 LG의 기적을 이끈 이병규와 최경철 모두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병규는 4번 타자로 우뚝 솟으며 팀 내 최다 홈런(16개)과 최다 타점(87)을 기록, 1억6700만원이 오른 2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병규가 앞으로도 2014시즌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LG는 드디어 4번 타자 적임자를 찾게 된다. 이병규는 선구안과 힘, 그리고 완성도 높은 스윙까지 타격에 필요한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외야수비도 과소평가된 면이 많다. 송구나 타구를 쫓는 자세는 평균 이상이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4, 5년 동안 부동의 4번 타자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2014시즌을 통해 이병규가 LG의 진정한 주역으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최경철은 드라마를 썼다. 만년 2군 선수였던 그가 2014시즌 주전포수로 부상, 홀로 LG의 홈플레이트를 지켜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타격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렸다. 블로킹과 도루저지, 그리고 투수리드까지 주전 포수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충족시켰다. 최경철의 활약은 선수단뿐이 아니라 팬들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러왔다. LG 구단은 최경철에게 8000만원이 인상된 1억3000만원을 제시, 최경철은 억대 연봉자 꿈을 이뤘다.   
②루저: 오지환·손주인
2013시즌 LG 내야진을 안정시킨 키스톤콤비는 이듬해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둘 다 2013시즌보다 나은 타격을 기록했고, 무수히 많은 땅볼들을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특히 손주인은 팀 사정에 맞춰 2루에서 3루로 포지션이 바뀌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주인의 3루 전환이 실패했다면, LG의 시즌 후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둘은 지난해보다 확연히 적은 인상액을 받아들여야했다. 2013시즌을 통해 억대연봉자가 됐지만, 2014시즌 활약의 결과는 1000만원 인상된 1억6000만원이었다. 둘 다 윈셰어상으론 야수진 상위권에 올라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둘은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마이너스가 됐다. 윈셰어에서 높은 수치를 받았으나, 정성평가를 거치면서 플러스의 폭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손주인은 경기 후반 찬스에서 대타로 교체된 것, 오지환은 지난해보다 출장 경기수가 줄어든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고 한다. 선수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정성평가 항목에 들어가면서 둘은 손해를 봤다.
 
③고생한 위너: 이동현·신재웅
오지환과 손주인이 정성평가로 인해 연봉이 삭감됐다면, 이동현과 신재웅은 정성평가가 득이 됐다. 예고한대로 정성평가에는 불펜투수의 고층들이 반영됐고, 그러면서 이동현은 1억3000만원이 인상된 3억원에, 신재웅은 7500만원이 인상된 1억5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LG 불펜진의 승리 방정식이 연봉에도 반영된 것이다. 
만일 둘의 연봉이 1년 전을 기준으로 책정됐다면, 인상규모는 이보다 적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동현의 2013시즌 활약으로 인해 연봉제도가 개선될 수 있었고, 이동현은 2년 연속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과실을 맺었다. 신재웅은 첫 번째 협상테이블에서 다소 아쉬운 금액을 제시받았으나, 본인이 직접 자신의 연봉을 산정하면서 구단 관계자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둘 다 고생 끝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다.
④루저: 봉중근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투수 중 가장 뛰어났지만 결과는 연봉 동결이었다. 스프링캠프 출국 비행기 티켓을 취소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구단은 움직이지 않았고, 봉중근의 저항은 3일 천하에 그쳤다. 2014시즌 성적은 50경기·49⅔이닝 2승 4패 30세이브(3터프 세이브·6블론 세이브). 기록만 놓고 보면 인상요인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4시즌이 역대 최대 타고투저 시즌이었고, 라이벌 마무리투수들과의 기록을 비교하면 봉중근이 가장 안정적인 마무리투수였음을 알 수 있다. 일단 9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다. 그리고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임창용(31세이브·9블론세이브)과 손승락(32세이브·6블론세이브)보다 블론세이브 부분에서 적거나 같다. 
취재 결과, 봉중근의 동결판정은 윈셰어와 정성평가가 복합된 결과였다. 봉중근은 2013시즌 55경기·61이닝 8승 1패 38세이브(9터프세이브·3블론세이브)의 활약을 통해 4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윈셰어에는 타고투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윈셰어만 놓고 보면 봉중근은 2013시즌보다 부진한 2014시즌을 보낸 게 됐다.
정성평가에서 LG 구단은 봉중근의 비교대상을 NC 김진성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임창용이 FA 계약자이고, 손승락은 FA 프리미엄을 받는 상황인 것을 감안해 봉중근과 가장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둘을 비교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김진성은 2014시즌 58경기·48⅓이닝 3승 3패 25세이브(2블론세이브)를 기록, 2014년 4300만원에서 2015년 1억500만원으로 연봉이 인상됐다. 김진성의 연봉 1억500만원이 봉중근의 기존 연봉 4억5000만원보다 적기 때문에 동결판정을 내렸다는 게 LG 구단의 입장이다. 
 
⑤의도치 않은 위너: 빌 제임스
빌 제임스(66)는 윈셰어 창시자다. 일찍이 세이버메트릭스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았고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제임스는 2002년 윈셰어 공식을 고안했고, 이 윈셰어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LG 선수들 연봉의 상당 부분이 좌우됐다. 만일 제임스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LG 선수들을 향해 참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일단 메이저리그에선 윈셰어의 입지가 현저히 좁아진 상황이다. 윈셰어가 세상에 알려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 동안 윈셰어와 WAR를 놓고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반복됐고, 결국에는 제임스 스스로 WAR이 윈셰어보다 더 나은 지표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선 WAR이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고, WAR은 선수들 연봉산정과 FA 계약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5시즌에는 고과를 책정하는데 윈셰어가 아닌 WAR이 들어가면 어떨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2015시즌 연봉산정에서 WAR의 비중을 기존 20%에서 60%까지 늘리겠다"고 선수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⑥위너? 루저? : 우규민·류제국
유이한 미계약자 우규민과 류제국은 구단 제시액이 자신들의 활약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LG 구단 고과산정은 2014시즌이 타고투저인 것과는 무관하게 계산된다. 윈셰어서도 둘은 지난해 자신들이 받은 연봉과 큰 차이가 없는 활약을 펼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WAR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Breport.com에 따르면 우규민의 WAR은 3.74, 류제국의 WAR은 3.46이다. 리그 전체 투수 중 7위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WAR만 놓고 보면 연봉인상 대상이다. 우규민·류제국과 함께 10위권에 자리한 투수들의 연봉만 봐도 그렇다. 밴헤켄 밴덴헐크 양현종 니퍼트 김광현 윤성환 옥스프링 배영수 모두 우규민·류제국보다 현저히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LG 구단은 WAR이 구단 고과에 적용되지 않는 기준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같은 기준에서 계약을 체결한 만큼, 우규민과 류제국을 예외로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우규민·류제국과 LG 구단이 합의점을 찾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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