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은 팀의 상징이자 얼굴이다. 팬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구단 상품이기도 하다. SK가 9년 만에 전면 교체된 새 유니폼을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진통도 만만치 않았지만 SK는 지속적으로 유니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개선시켜나간다는 생각이다.
SK는 지난 19일 팀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신규 유니폼 3종류를 전격 공개했다. 홈 유니폼은 흰색 바탕에 기존 유니폼의 라인업을 없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니폼 뒷면에 선수 이름을 제외했다는 것. SK는 이에 대해 “원 팀(One Team)을 강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원정 유니폼이었다. 기존 SK의 원정 유니폼은 빨간색 상의였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원정 유니폼은 회색 계통이다. 회색에 빨간색을 더했고 홈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라인을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홈경기 일요일에 입을 얼트 유니폼도 함께 발표했다. 1947년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인천군(仁川軍) 유니폼을 재현했다. 지역 팬들과의 교감을 얻고자 만든 유니폼이다.

유니폼을 바꾸는 것이 하루 이틀에 될 문제는 아니다. SK도 3~4개월 정도 유니폼에 공을 들였다. 몇몇 시안을 놓고 구단에서 고민했고 결국 지난해 말 결정이 됐다. 당초 SK는 이 유니폼을 오는 2월 중순부터 열릴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때 전격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팬북용 화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 유니폼이 팬들에게 알려졌고 결국 예정보다 발표 시기를 당겨 19일 선을 보였다.
9년 동안 써왔던 유니폼을 바꿨다. 당연히 팬들의 눈에는 어색할 수 있다.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특히 원정 유니폼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SK도 이와 같은 여론에 고심했다. SK는 19일 오후 다시 구단 내부 회의에 들어갔다. 회색 유니폼을 다시 전면 교체하기는 여건상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빨간색 모자라도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는 의견이 나왔다.
구단 내부에서의 찬반 투표는 팽팽했다. 검정석 모자, 빨간색 모자의 득표수가 거의 엇비슷했다. 프런트 사이에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수들의 의견도 물었다.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SK 1군 선수들은 물론 강화도에서 훈련 중인 2군 선수들에게도 긴급 설문지가 배포됐다. 모자 색깔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수들 투표에서는 빨간색 모자의 득표가 좀 더 많았다. “언더셔츠가 빨간색이라 이런 상황에서 검쟁색 모자를 쓰면 어색하다. 차라리 빨간색 모자가 낫다”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모자 색깔 교체를 논의하던 SK는 원안대로 가기로 결정했다. 교체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모를까, 팀 내 의견이 이런 상황에서 다시 교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계속 유니폼을 다듬겠다는 생각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팬들의 여론을 잘 알고 있다. 활용해보고 의견을 경청해 지속적인 반영을 할 예정이다. 팬들도 유니폼이 익숙해지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통을 겪은 변화가 궁극적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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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