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다. 서인국과 만난 임지규가 능청스러운 연기로 단숨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서슬 퍼런 궁중암투와 외교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인국과 임지규는 매끄러운 연기 호흡을 펼치며 극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연출 윤성식) 18회에는 광해(서인국 분)와 허균(임지규 분)의 인상적인 첫 만남이 전파를 탔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유발, 여진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기투합하며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이날 광해를 만난 허균은 광해를 시험하려 했다 혼쭐이 났다. 이에 허균은 자신이 우연히 손에 얻은 누르하치의 밀지를 광해에게 전하며 여진족의 계획을 알렸다. 이 밀지에는 조선의 왕을 죽이고 빛나는 바다를 세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빛날 광(光), 바다 해(海). 즉 선조를 죽이고 광해를 왕위에 올리라는 의미였다.

광해는 이 밀지를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겼지만, 허균은 “여진족은 금나라를 잇겠다는 포부가 대단한데 선조는 그들을 오랑캐 취급했다. 누르하치는 원병을 보내겠다는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당해 선조에게 원한을 품었다. 그런데 세자는 명나라에서 세자책봉도 여러 번 거절당했으니 자기편으로 포섭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균은 “여진족은 첩자전에 매우 뛰어난 이들이다. 선조를 시해하겠다 마음먹었다면 그들은 반드시 그리 행할 것이다”고 말해 광해를 긴장케 했다. 허균의 예언대로였다. 여진족은 이미 밀지가 발각된 상황에도 내관 복색을 통해 궐에 잠입, 선조(이성재 분)의 목숨을 노려 광해를 경악케 했다. 내관복색을 하고 있음은 이미 궐 곳곳에 첩자가 숨어있음을 의미하는 바.
고심하던 광해는 여진족이 찾고 있는 허균을 미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허균은 “백성을 위하신다는 분이 백성을 이리 이용하셔도 되는 겁니까”라고 툴툴거리며 광해를 도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허균은 엉뚱하지만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서 체득한 간언으로 광해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서인국, 임지규의 연기와 이들의 호흡 또한 탁월했다. 두 사람은 첫 사극이자 첫 연기호흡에도 불구, 교감을 나누는 광해와 허균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남은 전개에 궁금증을 극대화시켰다. 때때로 헐거워지는 줄거리를 연기로 메우며 성장하고 있는 서인국. 여기에 합류한 임지규는 첫 만남부터 깊은 인상을 남기며 기대를 모았다.
한편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감성 팩션 로맨스활극이다.
'왕의 얼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