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의 계약은 필연적으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맥스 슈어저(31, 워싱턴)의 계약은 2015년 시즌 뒤 시장에 나올 투수 대어들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데이빗 프라이스(30, 디트로이트),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는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로 손꼽힌다.
워싱턴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였던 슈어저와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분할지급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법을 택하기는 했지만 명목상으로 7년 2억1000만 달러의 계약이었다. 이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2014년 시즌을 앞두고 맺은 7년 2억1500만 달러의 투수 최고액보다 살짝 낮은 것이다. FA 선수로는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 7년 1억61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최고액이다.
7년간 1억500만 달러, 그리고 사실상 선수생활이 끝난 후일 가능성이 높은 그 후 7년간 1억5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현가로 따졌을 때는 7년 1억85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이 될 것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계산이다. 어쨌든 투수 FA 시장에서 총액 ‘2억 달러’ 선수가 출현한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말 FA 시장에 나올 선수들에게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현재 2016년 FA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프라이스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MLB에 데뷔한 프라이스는 통산 186경기(선발 181경기)에서 86승51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 중인 최고 좌완 중 하나다. 2012년에는 20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이후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으며 지난해(248⅓)를 비롯해 네 번이나 200이닝을 넘겼다.
가지고 있는 기량, 내구성 등에서 흠을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왼손의 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이도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프라이스가 슈어저의 계약 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슈어저 이상의 금액을 따낼 경우 이는 투수 계약 시장의 신기원을 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그레인키 또한 시장에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그레인키는 2013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3년을 뛴 이후에는 옵트아웃(잔여연봉을 포기하고 FA 권리를 행사) 조항을 실행시킬 수 있다. 올해 2300만 달러를 받는 그레인키는 2016년에는 2400만 달러, 2017년에는 2300만 달러, 2018년에는 24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이 남아있다.
이 또한 많은 금액이지만 슈어저,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 6년 1억5500만 달러)의 계약을 눈앞에서 똑똑히 지켜본 그레인키다. 이들의 연평균 금액은 그레인키를 상회한다. 이적 후에도 2013년 15승4패 평균자책점 2.63, 2014년 17승8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만큼 다시 시장에서 자신의 마지막 대형 계약을 노릴 공산이 크다. 원소속팀인 다저스를 비롯, 많은 팀들이 그레인키 영입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큰 부상 전력이 없는 것도 플러스다.
그 외에도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조던 짐머맨(워싱턴) 등 대형 FA 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슈어저의 계약은 호재다. 이들이 경력이 슈어저만큼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시장가가 한껏 치솟은 상황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은 선수들이다. ESPN의 버스터 올니는 “예비 FA 투수들이 슈어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광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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