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분석] 과연 마야는 검증된 투수인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22 06: 00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산 베어스가 가장 먼저 계약한 외국인 선수는 유네스키 마야(34)였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마야와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까지 잡아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전력 유지에도 성공했다.
이로 인해 두산은 유희관까지 포함해 4선발까지는 확실해졌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 와 11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고 2승 4패,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한 마야가 완전히 검증된 투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이 5.21이었던 점을 생각하더라도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단, 마야가 치른 경기를 둘로 나눠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 4경기에서는 도합 17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평균자책점이 7.78로 높았다. 하지만 이후 7경기에서는 45⅔이닝이나 책임졌고, 평균자책점도 3.74로 훨씬 내려갔다. 마지막 7경기만 놓고 보면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졌고, 7이닝 이상 버틴 경기도 5차례나 있었으니 이닝이터라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투구 내용을 봐도 향상된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볼넷/삼진 비율이 1.89에서 2.60으로 개선됐다. 처음 만나는 타자를 상대로 처음 경험하는 심판을 두고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구석구석 찔러본 시도가 나쁜 볼카운트로 연결돼 볼넷까지 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경기를 거듭하며 점차 나아진 것이 기록에서도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구위는 처음부터 나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 역시 구단이 마야의 재계약을 추진할 당시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그렇고, 내가 봤을 때도 구위는 뛰어났다. 무엇보다 한국야구에 조금이라도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봤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니퍼트가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마야의 위치는 2선발이 아닐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이 우투수와 좌투수를 지그재그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장원준이나 유희관이 2선발로 들어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마야는 3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대치도 3선발급으로 조정된다. 외국인 투수가 원투펀치를 구성하는 팀과는 조금 다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2옵션 외국인 투수가 크게 활약하지 못한 팀이었다. 니퍼트와 재계약하지 못한 채 마야가 1, 2선발로 돌아서야 한다면 팀도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3선발로 쓴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또한 마지막 7경기에서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이만한 외국인 투수를 다시 찾기도 힘들다. 실제 지난해 한국야구를 처음 경험한 외국인 투수 중에 10승을 거둔 이는 하나도 없었다. 10승급 투수를 새로 발굴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그러면서 니퍼트를 잇는 2번째 외국인 투수에 대한 기대치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니퍼트가 뛴 2011년부터 두산의 2번째 외국인 투수(마무리였던 스캇 프록터 제외) 계보는 라몬 라미레즈-페르난도 니에베-개릿 올슨-데릭 핸킨스-크리스 볼스테드로 이어진다. 이들 중 누구도 한 시즌을 풀로 뛴 경우가 없었다. 한국 경력 11경기에 불과한 마야가 에이스가 된다면 다소 우려가 있겠지만, 전임자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2옵션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두산의 1~4선발이 검증된 선수들로 채워졌다는 평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그렇다면 마야는 검증된 선수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증됐다’는 기준은 마야를 어디에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두산이 니퍼트 아닌 외국인 투수에게 바라는 기대치, 그리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마야가 차지하는 위치가 검증 여부까지도 결정한다.
에이스로서는 미흡할 수 있지만, 이닝이터형 3선발로는 신입 외국인 투수들보다 검증된,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마지막 7경기에서 올렸던 3.74의 평균자책점은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됨에 따라 더 내려갈 수 있고, 시즌 중에 합류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1월 스프링캠프부터 팀과 함께 체계적인 훈련도 소화한다. 우리나이로 30대 중반에 들어가는 투수에게 발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야구에 한층 더 적응한 모습을 보일 여지는 많은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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