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동기부여’ 프리미어12, 대표팀 진통 예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22 06: 00

또 하나의 야구 국제 대회가 신설된다. 참가국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우리의 경우는 대표팀 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예 멤버를 소집하기는 쉽지 않고 2진 선수들로 꾸린다면 그 범주는 어떻게 되어야 할지 아직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BSC 프리미어12 세계야구챔피언십 대회(이하 프리미어 12)를 오는 11월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리미어12는 국제야구연맹(IBAF)가 발표하는 공식랭킹 12위까지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나름대로 수준을 갖춘 국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대회의 질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 야구 월드컵을 대체할 이 대회는 WBSC의 야심작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로 만들어 야구붐을 이끌겠다는 심산이다. WBSC는 2회 대회인 2019년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전을 겸할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등 ‘판 키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 올림픽 야구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의 관심이 가장 높은 이유다. 프리카리 회장의 기자회견 당시에는 일본프로야구연맹(NPB) 구마자키 가쓰히코 커미셔너도 참석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11월 8일부터 시작되는 이 대회의 예선은 대만에서 열리지만 4강전 이후 일정은 일본에서 벌어진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이끌 일본은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젊은 선수들에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 등 몇몇 베테랑을 더해 전력의 짜임새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출전 자격이 있는 우리도 이변이 없는 이상 이 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공식 발표가 나기 전 이미 WBSC로부터 일정과 협조요청을 받았다”라고 했다. 다만 실질적인 대표팀 구성까지는 몇몇 난제가 있다는 평가다. 최정예를 소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별로 없다. 이사회에도 보고해야 하고 대한야구협회와의 논의도 거쳐야 한다”면서 유보적인 분위기를 드러냈다.
지금껏 야구월드컵은 2진들이 출전했다. 올림픽이나 WBC와는 온도가 달랐다. 이번 대회의 경우는 일정이 문제다. 11월 8일부터 시작되는데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그 때까지 전체 시즌 일정이 끝날지는 미지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들의 소속 선수들은 사실상 뛰기 어렵다. 그렇다고 나머지 팀들 선수들을 위주로 대회에 나가기도 쉽지 않다. 마무리훈련 등 각 구단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대항전에 목마른 여론은 1진에 가까운 전력을 원할 공산이 크다.
이를 상쇄하려면 그만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회는 그런 점에서도 취약하다. KBO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군 혜택으로 말이 많은데 선수들은 그와는 별개로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인다. 개인의 영예다”라면서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이 있다. WBC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 다만 프리미어12는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시즌이 끝난 뒤 벌어지는 대회라는 점도 선수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마추어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WBC조차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미국 또한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이 변수라는 지적은 있다. 아시안게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일본이지만 WBC와 프리미어12에 대한 관심은 크다. 프로선수들이 대거 차출될 전망이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구색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KBO는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한 뒤 3월 정도는 대략적인 그림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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