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하이드지킬나', 고릴라 CG 무리수? 이유 있는 강행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1.22 09: 02

'하이드 지킬, 나'에 고릴라가 깜짝 출연했다. 안방극장에 등장하는 난데없는 CG(컴퓨터그래픽)는 욕먹기 십상. ‘다 된 드라마에 CG뿌리기’가 될 수 있어 지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CG로 고릴라를 만들어 등장시켰다. 그것도 첫 방송에서. 무리한 CG에는 온갖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다는 것을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이하 ‘하이드’)는 두 가지 인격을 가진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이날 방송에서는 CG로 만들어진 고릴라가 등장해 눈을 의심케 했다. 구서진(현빈 분)이 상무로 있는 원더랜드의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고릴라가 놀이동산을 활보하는 장면이었다.  
역시나 이 신이 등장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제작진의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 무리수였다는 목소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하이드’가 가진 포인트가 되는 요소들을 함축시킨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제작진이 영화 '미스터고'보다 고릴라 CG에 더욱 신경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인공의 첫 만남이 이뤄진 장면이었고, 이는 서진이 장하나(한지민 분)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또한 서진이 심장박동이 올라가면 로빈(현빈 분)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시킨 장면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장면을 통해 원더랜드 상무인 서진과 서커스단 단장 하나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진이 여자를 멀리하는 이유부터 자신의 감정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이유가 설명되는데 단초를 제공한 것. 또한 서커스 단장으로 재기발랄한 성격을 가진 장하나 캐릭터가 좀 더 임팩트 있게 표현되기도 했다.
서진은 이 사건 이후 당시 자신이 위기 상황에 처해 심장박동 수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하나가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 심장박동이 올라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로맨스의 예고된 것. 이날 방송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현빈은 위기에 처한 하나의 모습을 보고 심장박동 수가 증가, 로빈으로 변신해 두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를 짐작케 했다.
드라마를 이끄는 결정적인 포인트들이 고릴라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제작진은 심혈을 기울였다. 욕 먹을 각오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를 반짝 관심을 사기위한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찌됐든 이제 판은 짜여졌다. 첫 회에 이야기를 이끌 단서들이 대부분 제시됐다. 본격적으로 시작 될 서진과 로빈, 그리고 하나의 로맨스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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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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