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의 비난글로 촉발된 MBC '킬미힐미'와 SBS '하이드 지킬, 나'의 유사성 논란이 양 측의 적극적인 진화로 잠잠해질 조짐이다. 양 측이 모두 "표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22일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나란히 등장하는 ‘킬미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가 첫 맞대결부터 유사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두 드라마는 한 남자가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어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이드 지킬, 나’는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하며, ‘킬미힐미’는 ‘해를 품은 달’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가 만들었다. 두 드라마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나 여러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는 한 여자의 로맨스라는 큰 줄기는 같다.
때문에 방송 전부터 ‘쌍둥이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달라붙었다. ‘킬미힐미’가 ‘하이드 지킬, 나’보다 방송을 2주 먼저 시작한 가운데, 두 드라마가 함께 맞붙은 21일 원작자인 이충호 작가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런...당당한 걸 보니, 아직 모르는구나. 곧 알려줄게. 본인이 도둑질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단 사실을”이라면서 ‘킬미힐미’ 출연 배우인 지성의 말이 담긴 인터뷰를 게재했다.

원작자의 일명 ‘저격글’에 양 드라마 관계자들은 당황하면서도 일단 수습에 나섰다. '킬미 힐미'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2일 OSEN에 "다중인격을 소재로 로맨틱코미디를 제작한다고 발표한 지가 1년이 넘었다. 드라마 내용도 알려진 이미 알려진 부분이 많다. 거기다 방송 3주차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글을 올렸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작가가 직접적으로 '킬미 힐미' 측에 이의를 제기한 바는 없지만, 만약 제기한다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MBC 역시 "작가의 개인적 입장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며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SBS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SBS 드라마국의 이용석 EP는 "이충호 작가의 글이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이라며 "동시간대 비슷한 소재로 MBC와 경쟁하게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겹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면서 "표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킬미 힐미'가 제작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획했다. 두 경쟁사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작사 역시 긴급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불씨를 끄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금일 오전 이충호 원작자의 개인 SNS에 게재된 개인적인 입장과 관련된 글을 접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어 “이미 ‘하이드 지킬, 나’의 방송이 시작됐다. MBC ‘킬미힐미’와 소재적인 측면에서는 겹칠 수 있으나 드라마가 진행되다 보면 각자 색깔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두 드라마를 응원하는 입장에 있었기에 이번 일에 대해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작사는 “’하이드 지킬, 나’는 이제 1회가 방송됐을 뿐이다. 앞으로 각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으며 두 작품을 응원하는 입장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양 방송사와 제작사는 웹툰 원작자의 유사성 지적을 크게 확대시킬 계획이 없어보인다. 일단 소재 자체가 비슷하긴 하지만,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또한 현재 동시간대 경쟁하고 있는 두 드라마가 유사성을 두고 입방아를 찢는다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외적으로 잡음이 많아봤자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외면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재 유사성 논란이 있었던 ‘신의’와 ‘닥터진’은 두 드라마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앞으로 갈 길이 한참 남은 ‘킬미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 양측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는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보다 조용히 작품 내적인 재미를 단단히 해서 경쟁을 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원작자의 문제 제기와 관계 없이 진화에 나선 두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이 어떤 평가를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