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쌍용차가 기업의 사활을 걸고 선보인 ‘티볼리’의 첫인상과 시승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그야말로 ‘개구쟁이’다. 천방지축이나 자기 색이 뚜렷하다.
21일 서울마리나 클럽&요트(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로)서 쌍용차의 ‘티볼리’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날 시승은 마리나 클럽에서 출발해 올림픽 대로와 자유로를 거쳐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을 찍고, 자유로와 강변북로를 거쳐 다시 마리나 클럽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대개 미디어 시승행사를 가면 수십대의 차량이 줄지어서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티볼리’도 주차장의 반 이상을 가득 채우고 20여 대가 시승 대기 중이었는데 웅장하고, 카리스마 있기보다는 장난감 전차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 콘셉트 모델 그대로 살린 외관
‘티볼리’의 외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호불호 의견이 어쨌건, ‘독특’하고 ‘튄다’는 평가에는 모두가 동의할 듯하다. 차량을 실제로 보면 이 느낌은 더욱 강해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출시 전부터 관심을 받았던 모델이기도 하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티볼리’의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마냥 신나 뛰어 노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 차량에 탑승한 이들의 눈길을 끄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티볼리’의 전면부는 각진 듯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곡선을 큼직하게 활용해 두툼하게 마무리를 해놨다. 짧고 두툼한 프런트 오버행은 ‘티볼리’가 튼튼해 보이는데 한 몫 한다. L자로 확실하게 꺾인 전면창과 보닛의 경계는 보닛의 캐럭터 라인과 함께 더욱 커져 보이는 효과를 준다. 그리고 콘셉트 모델인 ‘XLV’보다 헤드램프의 크기를 키워 강렬함을 추가했다. 다만, 공기흡입구 옆 덧니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눈에 거슬리고는 했다.
후면부도 콘셉트 모델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도 번호판 아래 부분이 조금 더 깔끔하게 다듬어졌다면 리어램프와 돌출된 센터 라인이 더욱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모 기자의 자가용이 마침 ‘티볼리’의 경쟁자로 꼽히는 두 모델 중 르노삼성의 ‘QM3’여서 ‘티볼리’와 비교사진을 찍어봤다. ‘티볼리’와 ‘QM3’의 모습과 매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티볼리’는 남성적이라면 ‘QM3’는 여성적이었다. 차량 색으로 인한 느낌도 있었겠지만 주된 ‘선’의 사용이 달라 감성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두 모델이 경쟁차종이긴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외모로 ‘티볼리’와 ‘QM3’ 중에서 구매를 고민하는 운전자는 적을 듯 하다.
▲ 시내 주행 최적화, 단호한 브레이크
올라탄 ‘티볼리’는 쌍용차의 말대로 차체가 낮아 시선이 그다지 높은 곳이 위치해 있지 않았다. 소형이라고 해도 SUV는 SUV니까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시트포지션과 사이드미러, 룸미러, 스티어링휠을 맞게 조정하고, 조심스레 액셀을 밟았다. 가솔린 모델다운 부드러운 출발과 딱딱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휠과 액셀의 느낌은 꽤나 괜찮게 다가왔다.

업체 측은 시승이 있기 전 간담회를 통해 “실용영역에서의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는데, ‘티볼리’는 이에 부합하듯 저중속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80km/h까지 액셀을 가볍게 눌러주면 곧잘 속도를 냈다. 중간중간 도로 위 비매너의 표본인 고속 칼치기를 수 차례 반복했는데, 제멋대로 차선을 변경해도 흔들림이나 무게 중심이 불안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순간 가속력을 알아 보기 위해 풀액셀을 밟았다. 100km/h, 120km/h에 도달하는 데에 체감하는 것보다 약간의 시간차가 필요했다. 여기서 ‘티볼리’의 진짜 장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브레이크’. 가속 후 탄력을 늦게 받아 앞차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아도, 급작스럽게 옆 차가 차선을 변경해와도, ‘티볼리’의 브레이크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여줬다. 덜컹거리거나 밀리지 않았고, 완제동과 급제동에서의 성능은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한’ 일관성이 있는 모습이었다. 시승 후에 알고보니 앞과 뒷바퀴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였다.
시승 당일 ‘티볼리’는 중속 이후에서의 풍절음을 제외하고는 전제척으로 무난하거나 괜찮다는 평을 들었고, 외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트렁크는 골프백을 직접 넣어봐야 알 수 있지만 1열과 2열의 공간은 앞 뒤로 170cm의 성인이 타도 넉넉한 여유로움을 뽐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급 최고라고 소개한 차내 수납 공간은 차문과 운전석의 공간과 중앙의 콘솔박스가 글로브박스의 모자람을 채워줬다.

‘티볼리’를 생애 첫차로 또는 세컨드 카를 구매하려는 운전자들에게 동급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에 여유로운 실내공간, 단호한 브레이크, 앞뒤로 짧은 오버행은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편도 42.25km를 달린 연비는 11.3km/l였으며 46.70km를 더 달린 후 확인한 연비는 13.0km/l 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병두 엔진구동개발담당 상무에 따르면 오는 6월 출시되는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가 20~30% 향상될 것이므로 디젤 모델에 대한 기대를 높여도 될 듯하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최고급 모델 LX였으며 가격은 2220~2347만 원이다. ‘티볼리’는 3년 여의 개발기간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e-XGi160 가솔린 엔진을 탑재, 최대 출력 126ps, 최대 토크 16.0kgm의 성능을 제공한다.
fj@osen.co.kr
티볼리와 QM3(첫번째 오른쪽), 티볼리 엔진룸(세번째).

티볼리 후면부.

주간등 조명색 설정이 가능한 티볼리 계기판, 블루 색상과 색상 제외 시.

주간등 조명색 설정이 가능한 티볼리 계기판, 레드와 옐로우, 스카이블루.

티볼리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운전석 우측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운전석 도어 버튼과 조수석 글로브박스.

170cm 성인 탑승 시 조수석과 운전석 뒷좌석 레그룸.

티볼리 트렁크, 공간 분리 전과 후(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