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공기 좀 마셔보자".

22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메인경기장이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젖은 관계로 한화 선수단은 근처에 있는 실내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에 외야수, 오후에 투수들이 동부구장에서 따로 훈련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선수들이 시영구장 실내연습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특히 이날은 한화 스프링캠프의 첫 디펜스데이였다. 타격보다는 수비 위주로 치러지는 이날 훈련에서 실내연습장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점식식사 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실내에서만 훈련이 진행된 탓에 선수들은 잠깐의 휴식시간에 주어진 바깥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꼈다.
무엇보다 훈련 강도가 아주 셌다. 오전 9시 워밍업을 시작으로 10시부터 본격적인 수비 훈련이 시작됐다. 7명의 내야수들이 김광수 수석코치와 임수민 수비코치로부터 집중적인 펑고 세례를 받았다. 김태균은 무릎 꿇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송구했고, 정근우도 양팔을 무릎에 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11시30분까지 펑고가 계속 이어진 가운데 투수조가 3개 팀으로 편성돼 P.F.P 훈련이 시작됐다. 그 사이 야수들도 양 사이드 펑고를 받아 숨 쉴 틈 없이 움직였다. 투수·포수·내야수가 연계돼 움직이는 팀 수비 훈련도 이어졌다. 어느새 시계는 오후 12시에서 1시를 넘겼다. 1시30분에야 수비훈련이 끝났다.
무려 3시간30분 가량 오로지 수비 훈련이 계속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받은 펑고의 양은 어떻게 될까. 임수민 수비코치는 "보통 한 박스에 250개 정도의 공이 들어간다. 펑고시간에만 4박스를 썼다. 투수들도 개인당 30개씩은 했으니 오늘 한 것을 합치면 약 1500개 정도 공을 썼을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부구장에서 따로 떨어져 수비 훈련을 한 외야수들도 적지 않은 공을 받았다. 내야수보다 펑고의 양을 많이 가져갈 수 없지만 외야수들도 같은 시간 2박스 이상 공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디펜스데이 하루에만 다 합치면 2000개 이상 죽음의 펑고가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게 아니라 펑고의 질도 남달랐다. 빠르고 날카로웠다. 김성근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코치들도 선수들과 타협이 절대 없었다.
SK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 한 정근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훈련이 힘든 건 똑같다.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제 2년차가 된 내야수 이창열도 "신인 때였던 작년보다 훨씬 힘들다"고 인정했다. 김태균 역시 "보통 캠프에서 해오던 것보다 수비 훈련의 양이 3배 정도 되는 것 같다. 방망이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는 훈련을 통해 집중만 하면 팀에 계속 도움이 될 수 있어 중요하다"며 고된 수비 훈련에도 의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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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