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35, 서울)가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일 수도 있었던 무대를 불꽃 투혼으로 연장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서 연장 터진 손흥민의 2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차두리는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후반 중반 교체 투입돼 연장전을 포함해 50분을 뛰었다. 공수에서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종료 직전엔 손흥민의 쐐기골을 도우며 마지막일 수도 있는 무대를 아름답게 꾸몄다.

차두리는 후반 25분 김창수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A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에겐 마지막 태극마크 무대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4강행을 이끌며 은퇴 경기를 연기했다.
차두리는 경고 1장을 더 받으면 4강전에 나서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교체 투입되자마자 정확한 태클로 상대의 역습 찬스를 차단했다. 경험에서 나오는 반박자 빠른 판단이 빛났다.

차두리의 전매특허인 돌파 후 크로스도 여전했다. 후반 31분 우측면을 완벽히 헤집은 뒤 문전으로 크로스를 배달했다. 상대 수비수의 헤딩 클리어에 막히긴 했지만 차두리의 장점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차두리는 2분 뒤에도 상대의 역습 기회를 회심의 태클로 막아내며 슈틸리케호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후반 43분엔 상대의 침투 패스를 몸을 던져 머리로 저지했다.
찰나의 순간 차두리의 발이 번뜩였다. 연장 종료 직전 오른쪽 측면을 완벽히 무너트린 뒤 박스 안의 손흥민에게 정확한 땅볼 패스를 연결, 쐐기골을 도왔다. 차두리의 클래스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다.
차두리는 이번이 아시안컵 3번째 참가다. 지난 2004년과 2011년 대회서는 우승컵에 입맞춤하지 못했다. 2전3기 끝에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본격 질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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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