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를 둘러싼 화두는 수비다. 아무래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라는 틀 안에서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츠버그의 수비 시스템은 훌륭하며 강정호는 공격만 잘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통계전문사이트인 은 22일(한국시간) “강정호가 뛰어난 수비수가 될 필요는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강정호의 능력과 피츠버그의 수비 시스템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했다. 은 강정호에 대해 “메이저리그 팀이 매 경기 주전으로 나설 만한 선수에게 팀 옵션과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5년간 2150만 달러를 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라면서 “한국에서 MLB로 직행한 선수에게 정확한 기대치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계약 내용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강정호의 수비 능력이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와 강정호는 수비에서 좋은 궁합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지를 폈다. 바로 피츠버그의 선진적인 수비 시스템 때문이다.

피츠버그의 내야수들 중 골드글러브 후보에 매년 오를 만한 선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적인 수비 능력이 최상급인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내야는 매년 비교적 좋은 수비 성적을 내고 있음이 기록에서 드러난다. 은 그 원인을 시프트 등으로 대변되는 벤치의 뛰어난 수비 시스템에서 찾았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량을 전술과 시프트로 보완한다는 의미다.
실제 의 자료를 봤을 때 피츠버그 선수들의 UZR(Ultimate Zone Rating, 야수가 자신의 능력을 통해 팀의 실점을 줄이는 데 기여한 정도)는 낮은 편이다. 2012년에는 0.4로 리그 16위, 2013년에는 4.4로 15위, 그리고 지난해는 -40.3으로 27위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그럼에도 BABIP(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에 대한 타율)은 이상하리만큼 낮았다. 2012년은 리그 10위, 2013년은 리그 5위, 그리고 UZR이 리그 27위를 기록했던 지난해는 11위였다.
은 성공적인 시프트가 이 ‘마법’의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에 의하면 피츠버그는 지난해 총 659번의 수비 시프트를 활용했다. 2013년 500번보다 훨씬 늘었고 이는 내셔널리그 팀 중 최다 사용이었다. 그리고 은 피츠버그는 성공적인 시프트가 많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상대 타자 및 상황에 따라 수비수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피츠버그 수비 시스템의 힘은 땅볼 유도형 투수가 많은 팀 내 투수진과 결부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실제 피츠버그의 최근 2년간 땅볼유도율은 52.5%와 50.5%로 모두 리그 1위였다. 은 이를 종합해 “강정호는 (리그 최고 수비수인) 안드렐톤 시몬스가 될 필요는 없다. 올해도 팀이 같은 전략을 고수한다면 한 선수의 탁월한 수비력에 의존하지 않을 것”라고 단정지으면서 오히려 강정호가 리그 최고의 힘을 가진 유격수가 돼 다른 선수들에게 기대하지 못할 장타력을 팀에 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미국 야구는 선이 굵다는 표현을 하지만 수비 시스템, 투수 교체 등은 이미 상당부분 과학적인 체계가 잡혀 있다. 수비 시프트를 가장 극단적으로 쓰는 리그도 바로 메이저리그다.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MLB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내고 있고 이런 수비 시스템도 그 적응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컬럼 내용대로 강정호가 팀의 힘과 함께 수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면, 공격력 극대화로 이어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강정호의 가치 극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선순환이 생겨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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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