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손흥민(레버쿠젠)은 더 위협적이었다. 동료들과 힘을 합한 손흥민이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아시안컵 4강으로 이끌었다.
손흥민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렉탱글러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연장전에만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한국은 2-0 승전보를 전했다.
90분 동안 묵은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가는 득점포였다. 손흥민은 연장 전반 14분 박스 왼쪽으로 침투한 김진수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우즈베키스탄의 잠겨 있던 골문을 열었고, 연장 후반 14분에는 차두리의 크로스를 마무리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연장전을 제외한 90분 정규시간만 놓고 봤을 때 손흥민을 포함한 한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한국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위협적인 기회는 우즈베키스탄에 좀 더 많았다.
손흥민은 전반 25분 박스 왼쪽에서의 슈팅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놀라게 했지만, 이후 공격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드리블로 침투하려다가 상대 수비진에 막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선제 득점 1분 전에도 문전에서 좋은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빨리 처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홀로 해결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러 명의 수비수로 견고한 장막을 친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은 손흥민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물론 보는 이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손흥민이 혼자서 책임지는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을 도울 선수가 10명이나 뒤에 있었다. 홀로 적진으로 돌파하는 손흥민과 동료의 도움에 힘입어 문전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큰 차이가 있었다.
이날 기록한 2골 모두 동료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의 개인 능력보다 패스를 건넨 김진수와 차두리의 플레이가 더욱 돋보일 정도였다.
김진수는 상대의 역습을 다시 차단한 뒤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기어코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에 있던 손흥민은 머리로 방향만 바꾸어 골을 넣었다. 두 번째 골을 도운 차두리도 빛났다. 차두리는 무서운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옆에서 따라 들어오던 손흥민에게 공을 내줘 추가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손흥민도 자신의 능력으로만 만든 득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골을 넣었지만 2골 모두 선수들이 나에게 잘 맞춰줬다. 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었다"며 김진수와 차두리에게 공을 돌리며, "첫 골의 경우 (김)진수가 크로스를 기가 막히게 올려줬다. 혼자 있었는데 잘 맞춰줬다. 두 번째 골은 (차)두리 형이 말할 수 없이 깔끔하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조별리그 동안 침묵을 지켰던 손흥민은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키며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마쳤다. 무엇보다 동료들과 호흡을 통해 득점을 만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 틀림없다. 이제 남은 것은 2경기.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좋은 결과물과 긍정적인 내용을 챙긴 손흥민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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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