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서 5골, 하지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선방의 힘. 슈틸리케호의 참된 주인공은 어쩌면 김진현(28, 세레소 오사카)일지도 모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랙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에 터진 손흥민의 두 골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란 대 이라크전의 승자와 4강서 맞붙게 됐다.
승리의 주인공은 연장전에서 천금같은 두 골을 터뜨린 '손세이셔널' 손흥민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슈틸리케호의 참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선수가 또 한 명 있다. 바로 슈틸리케호의 No.1 수문장 자리를 차지한 김진현이다.
김진현은 이날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의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전반 4분 최전방의 나시모프가 오른쪽 페널티박스에서 날린 강력한 슈팅을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전반 17분 산자르 투르수노프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며 골대를 지켰다. 후반전에도 사르도르 라시도프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 고비를 넘겼다. 충돌로 인해 통증을 호소했지만 다행히도 큰 부상은 아니었다.
정성룡(30, 수원 삼성) 김승규(25, 울산 현대)와 함께 아시안컵 골키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진현은 대회 전까지 주전 경쟁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골키퍼 삼국지'가 펼쳐지는 가운데, 평가전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조금씩 주전 입지를 다진 김진현은 아시안컵을 계기로 대표팀의 수문장 자리를 공고히했다.
본 대회에 들어 4경기 중 3경기에 출전한 김진현의 활약이 집중조명을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슈틸리케호는 4경기 5골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득점력에 있어서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 3경기서 연달아 1-0 한 골차 3전 전승을 기록하며 '늪축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한 골 싸움으로 끝난 승부에서 무실점이 갖는 의미가 큰 이유다.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내는 김진현의 활약은 선수들에게 든든한 믿음을 줬다. 감기 몸살 기운으로 결장했던 조별리그 2차전에 출전한 김승규도 무실점 행진에 힘을 보태면서, 한 골을 넣으면 반드시 그 골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선수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지난 2011 아시안컵 당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본선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김진현은 이번 대회에서 그 때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며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끈적끈적한 매력의 '늪축구'와 짝패를 이루는 '철벽' 김진현은,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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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