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파이팅 안 내나?"
지난 22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실내연습장. 투수 및 내야수들이 함께 베이스 커버 훈련을 하던 중 정근우가 신인 투수 김민우에게 한마디 던졌다. 베이스 커버 후 말없이 제자리로 걸어가던 김민우를 향해서 "파이팅 안 내나?"라고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김민우는 우렁찬 기합소리로 훈련 분위기를 돋웠다.
정근우는 "민우를 보니 가능성이 있는 친구다. 신인이 따라가기 힘든 훈련인데 지금까지 정말 잘하고 있다. 기본적인 몸이 좋다. 얼굴도 NC 나성범과 비슷하고, 스타성을 갖췄다. 내가 볼 때 잘할 것 같은 선수다"며 "감독님이 보시는 만큼 적극적으로 어필을 좀 하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근우는 SK 때부터 함께 해온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 훈련할 때 확실하게 집중하고, 목소리 크게 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신인이라면 더 그래야 마땅하다. 정근우는 향후 대성할 수 있는 어린 후배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옆에서 신경을 써줬다. 고참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주장을 맡은 김태균도 훈련 내내 목청껏 소리를 내 파이팅을 외친다.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 어린 후배들에게도 "좋아, 잘한다. 조금 더 힘내자"고 말하며 고된 훈련에도 용기와 격려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김성근 감독 취임 직후 주장으로 지명된 김태균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훈련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그는 "훈련의 양이 많기 때문에 베테랑이든 어린 선수든 다들 힘들다. 서로 힘내자는 의미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나부터 먼저 그렇게 해야 밑의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다. 고참 선수들끼리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 하며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도 힘들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균과 정근우는 팀을 대표하는 간판선수들이다. 김성근 감독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움직인다. 두 선수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펑고를 받기 위해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나뒹군다.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다.
스타 의식이 있는 선수라면 이런 훈련 과정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김태균과 정근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좋은 팀 분위기를 위해 먼저 파이팅을 내고, 때로는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도 한다. 반복된 타격 훈련으로 손바닥과 손가락에 물집 잡히고, 야간훈련 후 지친 몸으로도 숙소까지 걸어서 이동하며 훈련의 긴장을 풀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후배들도 강한 자극을 받는다.
김태균은 "나부터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한다. 야구장에서는 다 함께 열심히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과 정근우가 있어 한화의 혹독한 지옥 캠프도 하나가 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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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