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허송세월했잖아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올해 투수진 완성에 더욱 고삐를 바짝 쥔다.
넥센 투수진은 지난해 총 10명의 투수로 선발진을 꾸렸다.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 헨리 소사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빼면 토종 선발 투수는 모두 7명. 그러나 이 7명은 3명의 외국인(341⅓이닝)보다 적은 300⅓이닝을 소화하며 팀을 이끌지 못했다. 토종 선발 평균자책점 6.56(팀 선발 평균자책점 5.25)도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문성현이 토종 선발 중 가장 많은 9승을 올리며 두자릿수 승리에 가까웠지만 그 스스로도 "평균자책점(5.79)이 너무 높아서 제 힘으로 승리를 거둔 것 같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 관리에서는 아쉬움을 보였다. 문성현과 오재영, 강윤구가 시즌 초반부터 1군에서 이탈하면서 팀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염 감독은 2013년 취임 때부터 투수진의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2013년 선발 평균자책점(4.35)보다 오히려 0.9점 가까이 올라간 선발 성적표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 염 감독은 최근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2년 동안 허송세월했다. 투수 만큼은 지난해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막강한 화력을 가진 타선과 비교되는 투수진은 더 아픈 손가락이다. 염 감독은 "감독이 하는 일은 게임을 잘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가치를 높여줘야 하는 것도 있다. 다행히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뿐 아니라 이택근, 유한준도 지난해 개인 최고의 성적을 내줬다. 하지만 투수쪽에서는 한현희, 조상우를 빼면 이렇다 할 선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 3년차인 올해도 그래서 목표는 투수다. 염 감독은 "그래도 지난해 말 우리 팀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이 성과다. 매년 선발 후보를 꾸리는데 올해도 11명을 선발 후보로 정했다. 다 시즌 중에 뛸 수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 시즌을 치르면서 2명 정도는 로테이션에서 완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후보가 한현희, 그리고 문성현이다.
염 감독은 투수진을 완성하기 위해 친분이 없던 손혁 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1군 투수코치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염 감독은 "하이트라이트 프로그램이나 중계에서 해설하고 평소 공부하는 것을 들어보니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책을 봐도 나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팀에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넥센은 지난해 전력에서 40홈런과 유격수라는 큰 구멍이 생긴다. 그러나 염 감독은 "타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알아서 자기 몫을 다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제 염 감독의 시선은 온전히 투수로 향해 있다. 투수진들도 올 시즌을 치르며 염 감독에게 그 만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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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