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 사도스키 수제자? 벌써 한글로 이름쓰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23 07: 03

롯데 자이언츠에 또 한 명의 '한글쓰는 외국인선수'가 등장했다. 한글 실력을 보니 라이언 사도스키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바로 외국인투수 우완 조쉬 린드블럼 이야기다.
린드블럼은 올해부터 롯데에서 활약하게 될 외국인투수다. 최고 150km/h 가 넘는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선수, 롯데는 린드블럼을 1선발 감으로 점찍고 있다.
실력 만큼이나 주목받는 게 린드블럼의 한국무대 적응을 위한 노력이다. 사도스키가 롯데 코치로 부임하기 전 몸 담았던 GSI(Global Sporting Integration)는 한국으로 떠날 외국인선수 적응 세미나를 열었는데, 롯데는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짐 아두치 세 명을 모두 참가하도록 했다.

한국 적응을 위한 실전준비를 마친 린드블럼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롯데 스프링캠프에 합류,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린드블럼은 "롯데 팀 일원이 된 것만 해도 기쁘다. 모두들 날 환영해줘서 정말 편안하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지난 해 말 삼겹살 집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를 통해 올려 국내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단순히 한국식당에서 밥만 먹으며 적응을 위한 노력을 마친 건 아니다. 린드블럼은 한글 쓰는 법, 읽는 법까지 간단하게 익힌 뒤 캠프에 합류했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한글을 읽어 주위를 놀라게 했던 린드블럼에게 한글로 이름을 쓸 수 있냐고 물어봤다. 린드블럼은 흔쾌히 펜을 집어들더니 자신이 항상 갖고 다니는 전력분석 노트를 펼쳐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처음 한글을 배울 때 그림과 같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린드블럼은 그림을 그리듯 천천히 이름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름에 'ㄹ'이 많이 들어가는데, 린드블럼은 좌우반전 없이 정확한 방향으로 자신의 이름을 썼다. 쓰다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통역 담당인 이정홍 과장에게 물어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린드블럼'이라는 네 글자를 썼다.
단순히 자신의 한글이름 모양을 외워서 쓴 건 아니었다. 린드블럼은 영어 알파벳이 한글 자모로 어떻게 변환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이정홍 과장에게 "(알파벳)L이 ㄹ로 바뀌는 게 맞냐"고 확인해가며 글을 썼다.
린드블럼이 한글을 미리 배우고 합류한 것은 사도스키의 조언 덕분이다. 사도스키는 외국인선수들에게 '최소한 자기소개와 인사는 한국어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드블럼은 거기에서 한 술 더 떠 스스로 한글 공부까지 마치고 왔다. 사도스키조차 한글 공부는 한국에 와서 시작했었다.
린드블럼은 "하루에 4시간씩 한글공부를 했다"면서 "내가 한글을 배운 이유는 라인업 카드 적은 걸 보고 최소한 누가 나오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린드블럼의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노력은 이미 합격점. 이제 마운드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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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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