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잠수함 투수 김병현(36)은 KIA의 쌍무지개가 될까?
김병현은 작년 오랜 꿈을 이루었다. 해외파 특별지명을 받았지만 2012년 고향팀이 아닌 넥센에 입단했다.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고향팀 KIA에서 뛸 것이라는 의지가 강했다. 마침 2014시즌 도중 투수력이 필요한 KIA와 넥센의 트레이드가 성사되면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는 긴호흡으로 몸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KIA에서 당장 활약은 힘들었다. 그래도 5월 28일 두산 광주경기에서 계투진으로 첫 선을 보였다. 9회 6-6 동점상황에서 등판해 4타자를 상대해 홍성흔 투런홈런 포함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혹독한 이적신고식이었다. 130km대 중반의 구속, 변화구도 밋밋했다. 아직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다.

김병현은 계속 기회를 받았지만 이후 3경기 모두 실점했다. 6월 10일부터는 아예 선발투수로 변신해 6월 10일 한화 광주경기에서는 2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래도 선동렬 감독은 꾸준히 기용했고 응답이 왔다. 6월 15일 롯데 사직경기에서 4이닝을 3실점으로 막으며 달라진 구위를 보여주었고 6월 21일 두산 잠실전에서는 5이닝 2실점 완투승(강우콜드)을 거두고 첫 승을 신고했다.
선발투수로는 아직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히 등판하면서 볼에 힘이 붙었고 투구내용도 달라졌다. 8월 10일 광주 롯데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투구수도 107개를 기록했다. 10월 1일 두산 광주경기에서도 6이닝 2실점 2호 퀄리티스타트를 성공했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10월 13일 넥센과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7회까지 103개의 볼을 자유자재로 뿌리며 6피안타 4사사구 2개 3실점(2자책)으로 막았다. 삼진은 7개를 뽑아내는 등 한국무대 입문 이후 최고 호투를 펼쳤다. 굴욕의 신고식에서 희망의 최종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종전에서 보여준 김병현의 볼은 인상적이었다. 140km가 넘는 직구를 힘차게 뿌렸고 볼끝의 움직임이 좋았다.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고 변화무쌍했다. 제구력까지 뛰어나는 등 자신감이 넘치는 투구였다. 당시 김병현의 볼을 지켜본 KIA 코치들은 "이 정도의 볼이면 내년에는 한 몫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실제로 김병현은 희망이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마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동시에 받고 있다. 당장은 선발투수로 도전할 것이다. 외국인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 양현종, 임준섭, 한승혁, 김진우, 차명진 등이 경쟁자들이다. 불펜투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불펜에서 믿을만한 잠수함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풀시즌을 버틸 수 있는 스태미너이다. 지난 3년 동안 최다이닝은 75⅓이닝(2013시즌)에 그쳤다. 적어도 선발투수라면 25경기 이상, 불펜이라면 50~60경기는 소화해주어야 한다. 올 시즌부터 팀 144경기로 확대되면서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김병현은 현재 재활조로 편성돼 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노장이라 따뜻한 곳에서 볼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라는 배려를 받았다. 괌은 쌍무지개가 가끔 뜨는 곳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시절의 무시무시했던 공은 아니더라도 선발이든 불펜이든 꾸준한 관록투를 보인다면 KIA에게는 쌍무지개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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