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두 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와 ‘쎄시봉’(김현석 감독)이 공교롭게 ‘F코드’를 활용하고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영화 속 F코드가 서로 다른 뜻으로 의미심장하게 사용돼 관심을 끈다.
먼저 ‘내 심장을 쏴라’에선 정신병원 입원 기록을 뜻하는 키워드로 F코드가 쓰인다. 400억의 유산 상속 때문에 이복형에게 붙잡혀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승민(이민기)과 엄마의 자살 때문에 환청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정신분열 판정을 받아 같은 병원에 입원한 수명(여진구) 모두 세상에서 낙인처럼 분류된 F코드 인물들이다.
특히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우울한 청소부의 대사에서 구체적으로 F코드가 등장한다. 수명에게 수학을 배우며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우울한 청소부는 “내가 알아봤는데 우리 같은 사람도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대. 꼭 자격증 따서 나 같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돕고 싶어”라며 수명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한다.

극중 우울한 청소부는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도망가는 병을 앓고 있는 수명에게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과 삶의 의지를 발견하게 해주는 인물이다. 이 역을 맡은 박충선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껏 맡았던 배역 중 가장 큰 비중이라 촬영 내내 설렜고 행복했다. 여진구가 다이어트 때문에 촬영장에서 풀만 먹고 있어 무척 안쓰러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1970년대 윤형주 송창식의 트윈폴리오 결성 배경을 극화한 ‘쎄시봉’에선 F코드가 기타 주법 중 하나로 소개됐다. 제3의 숨은 멤버인 교회 성가대 출신 오근태(정우)가 한눈에 반한 자영(한효주)의 환심을 사려고 이장희에게 기타를 배우는데 가장 난이도 높은 코드가 바로 F였고, 이를 마스터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바닷가에 놀러가 하필이면 자영이 보고 있는 앞에서 기타를 잡게 된 근태가 F코드가 나올 때마다 슬쩍슬쩍 건너뛰며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미소짓게 했다. 실제로 F코드는 통기타를 배울 때 가장 많이 포기하게 되는 지옥의 단계로 유명하고, 특히 집게손가락의 힘의 분산이 관건이다.
근태가 생각만큼 F코드가 안 잡혀 괴로워하자 ‘한번 잡기가 어렵지 잡고 나면 계속 잘 잡힐 거다’라고 조언하는 이장희의 대사는 단순히 기타에만 대입되지 않는 중의적인 의미로 전달된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친 자의 탈출기를 그린 힐링 무비 ‘내 심장을 쏴라’는 이달 28일, 복고풍의 멜로 영화 ‘쎄시봉’은 2월 5일 각각 개봉한다. 둘 다 15세 관람가로 접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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