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이 시끄럽다. 다중인격이란 소재를 다룬 MBC '킬미, 힐미'와 SBS '하이드지킬, 나'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는 가운데, '하이드지킬,나'의 원작자인 이충호 작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 작가는 23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킬미힐미' 논란에 대한 나의 입장"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주된 내용은 '다중인격자의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라는 핵심 내용의 유사성이다. 이 만화가는 "최근에는 우리 법학계에서도 아이디어 도용도 법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정도는 표절은 아니야’라면서 기존 웹툰의 테마, 설정, 구조, 핵심아이디어 등을 가져다가 쓰거나 웹툰을 무시 혹은 살짝 우회하는 경우를 지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강경옥 작가의 갈등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부터 사업대행사인 크릭앤리버스토리, 연재처인 다음 만화속세상, 그리고 만화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고, 많은 만화가들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킬미, 힐미'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측은 OSEN에 "대응 가치가 없다.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 다중 인격과 로맨스를 소재로 한 작품은 이미 많았다. 정확한 유사 포인트 제시 없이 자신의 웹툰 특별편이 나온 시점에 이같은 글을 게재한 의도가 불순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중의 반응도 엇갈린다. 일각에선 원작자의 유난이라고 지적한다. 이 작가의 말대로 다중인격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이후 수 없이 변주돼 왔고, 이와 관련된 로맨스 역시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인격체가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2000)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드라마계의 표절을 근절해야 한다는 대한 목소리는 높다. 굳이 웹툰이 아니더라도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해 큰 인기를 누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일본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만화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의혹을 받았고, 홍미란, 홍정은 작가의 대표작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은 뒤늦게 로맨스 소설 작가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창작물은 고유의 권한을 인정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양측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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