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 일련의 사태들에는 여론이 큰 몫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이른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갑'의 횡포에 대한 저항 분위기가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수 바비킴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누나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던 난동을 부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이내 대한항공 측이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알려져 분위기가 한차례 전환을 맞았다.
대한항공이 바비킴과 다른 승객의 영문 이름을 착각해 잘못된 탑승권을 준 것이었고, 그로 인해 화가 난 바비킴이 대한항공 측에서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와인을 먹고 술에 취해 난동을 벌였다는 것. 대한항공 측은 "직원의 착오로 동명인 다른 승객에게 비즈니스 좌석 탑승권이 건네졌다"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더불어 탑승권 발권 문제가 있었음에도 몇 차례 공항보안검색대에서 이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해 진술한 바비킴 측 역시 이유 불문한 무조건 적인 사과를 전하면서도 대한항공의 실수가 있었음은 분명히 짚고 있다. 앞서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게 한 대한항공인 만큼, 항공사에 대한 곱지 않은 국민정서가 바비킴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로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3'(나가수3)의 참가자였던 가수 이수 역시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1일 '나가수3' 첫 녹화를 마치고 기자간담회까지 한 이수는 네티즌의 표적이 됐다. 네티즌은 그의 과거 행적 때문에 들끓었지만, MBC는 이에 크게 상관을 안 하는 듯 했다.
이수는 공익복무 당시인 2009년 초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A양(당시 16세)에게 3차례에 걸쳐 40만원씩을 주고 성매매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수는 "성매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초범이란 점 등을 이유로 재범방지교육(존스쿨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정식 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수는 한 마디로 '잘렸다'. MBC 측은 돌연 다음 날 이수의 하차 사실을 이수 측과의 사전 조율 없이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뿌렸다. 이수의 소속사 뮤직앤뉴 측은 크게 놀라며 "'나가수3'의 갑작스러운 강제 하차는 방송사 제작진과 사전에 협의하였거나, 제작진 측으로부터 미리 전달 받은 내용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라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다만, 이수의 방송 활동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대중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덧붙였다.
여론이 또 한 번 들끓었다. 이번에는 이수보다는 '나가수3'를 향해서다. 이수의 출연을 반대했던 여론 역시 '나가수3'의 이 같은 태도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요즘처럼 소위 '갑질'에 예민한 사회 분위기 속에 '나가수3'의 행동이 갑의 횡포로 비춰졌던 것이다.
게시판에는 하차하는 것은 좋으니 그가 불렀다는 '잠시만 안녕'을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해달라는 글도 상당하다. 이수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형성됐다.
MBC 측에서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대중의 반응이 너무 안 좋아 하차시켰는데 다시 그 화살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논란의 가수를 섭외한 MBC의 자신감은 대중 앞에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 방식이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반발심을 형성했다.
앞서 MBC는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가수 김진표가 같은 방식으로 하차한 전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당사자와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건과는 다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출연자와 뒤늦게 대중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방송사. 누가 더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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