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FA 좌완 투수 권혁(32)이 일주일 만에 불펜투구를 재개하며 어깨를 달궜다. 김성근(73) 감독의 특별 관리 아래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권혁은 23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불펜에서 불펜투구 50개를 소화했다. 캠프 첫 날이었던 지난 16일 80개의 공을 던진 후 정확히 일주일 만에 다시 공을 던졌다. 다른 투수들이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300개에서 400개 이상 투구수로 페이스를 한창 끌어올린 시점에 권혁은 한 템포를 늦춰가고 있다.
이유는 가벼운 허리 통증 때문. 삼성 시절부터 안고 있는 것으로 무리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장거리 러닝도 배제시키고 있다. 또 다른 FA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이 각각 왼쪽 무릎과 오른쪽 종아리 근육통 탓에 오키나와 재활 캠프로 떠났지만, 권혁은 고치에 남아 몸을 추슬렀다.

김성근 감독은 첫 불펜투구에서 권혁의 공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한창 좋을 때 공을 보는 듯했다. 공이 빠르고 힘 있게 들어왔다. 지금 던지는 것을 보면 150km 이상은 쉽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권혁이 재미있을 것이다. 매력이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권혁의 매력을 직접 느낀 김 감독은 일부러 그의 페이스를 늦추게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좋다고 하면 선수가 아플까봐 걱정된다. 권혁도 허리가 안 좋아 페이스를 천천히 가져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투구에서 보여준 공은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었다. 다만 허리 통증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관리했다.
첫 불펜투구 후 스트레칭 위주로 컨디션을 조절한 권혁은 21일 캐치볼로 가볍게 어깨를 푼 다음 이날 불펜투구로 다시 공을 던졌다. 김성근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도 포수 장비를 차고 그의 공을 직접 받았다. 포수 미트에 펑펑 꽂히는 공이 예사롭지 않았다.
권혁은 "첫 날 80개 던지고, 오늘 50개를 던졌다. 130개 정도 던졌는데 아직 캠프 초반이다. 몸도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특별 관리대상으로 그의 컨디션을 꾸준하게 체크하고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배영수와 송은범이 오키나와로 떠난 가운데 권혁은 FA 3인방 중 홀로 고치 본진 캠프에 남았다. FA로서 부담감이 클 법도 하지만 흔들림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권혁도 "심각한 부상이 있는 건 아니고, 내 나름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