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25)은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편이다. 많은 배우들이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인터뷰를 즐겨하지 않는데, 이종석은 한번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터뷰 역시 팬들과의 간접적인 소통이라는 것을 아는 영민한 배우이기 때문일 터다. 솔직한 정공법을 택한다는 점에서 그가 연기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기하명 기자와 비슷하다.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이번에도 조수원 감독·박혜련 작가와 손을 잡았다. ‘피노키오’는 사회부 기자를 소재로 하면서 현실적이어서 공감되고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는 뿌듯함이 있는 드라마였다. 탄탄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라는 삼박자가 들어맞았다. 무엇보다도 이종석의 물오른 감정 연기가 이 드라마의 높은 흡인력의 이유였다.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사실 이종석은 ‘닥터 이방인’이 종영한 후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어요. 슬럼프가 왔죠. 선배들이 그맘때쯤 슬럼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하는 게 되게 무서웠죠. 연기 공백기가 생길 뻔 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을 제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하게 됐고 덕분에 힐링이 됐어요.”

성장통이었다. ‘시크릿가든’으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후 ‘학교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잇따라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던 그였다. ‘닥터이방인’은 이종석 스스로가 처음으로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 작품이었다. 이종석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극의 중심이었고 배우로서 흐름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작품을 끌고간다는 게 힘들었어요. ‘닥터이방인’을 하면서 제가 놓치는 게 많은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죠.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힘들었죠. 어느 순간 제가 집중을 못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작품은 좋고 잘 됐는데 제가 문제였어요.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거죠.”
이종석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제작진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높았다. 감독과 작가에 대한 믿음,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박신혜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별 생각 없이 재밌게 찍었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태프가 현장에 있었고, 신혜도 있었고요. 신혜는 광고 촬영을 같이 하면서 전부터 알던 사이였거든요. 따로 친해질 필요가 없었어요. 2013년도 연기대상에서 만나서 ‘우리 언제 작품 같이 하냐’라는 말을 했었는데 2014년도에 하게 됐죠. 신혜 뿐만 아니라 신입 기자 4인방이 모두 또래여서 정말 좋았어요. 기자 넷이 모이면 NG가 많이 났죠. 만나기만 하면 좋았어요.”
이종석은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와의 이야기에 웃음부터 터뜨렸다. 네 사람이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있을 때마다 시끌벅적했다는 후문. 이유는 있었다. 4명이 정말 친했다.
“제가 NG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그런데 4명이 모여 있으면 웃음 때문에 안돼요. 유비가 진짜 웃겨요. 그 아인 짱인 것 같아요. 그렇게 웃길 수가 없어요. 유비랑 연기를 할 때마다 제가 긴장을 하죠. NG 낼까봐 긴장하는데 그래도 결국 웃어요. 저희 넷만 모이면 난리였어요. 스태프가 정신없다고 하셨죠. 유비가 웃긴 표정을 지어놓고 웃음 참는 소리가 있어요.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는데(웃음) 이상한 콧바람 소리가 있어요.(웃음)”
이종석은 이유비와 로맨스 연기는 못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보기만 해도 웃기다는 게 이유였다. 이유비의 웃긴 일화를 한참 이야기하더니만 “되게 사랑스러워요”라고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이어 그는 “빈틈이 많은데 밉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갑작스럽게 칭찬을 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이종석의 제작진에 대한 믿음과 존경은 예상보다 더했다. 그는 드라마 초반 낮은 시청률에 허덕일 때도 믿고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당연히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제작진에 대한 대단한 신뢰였다. 이종석에게 또 다시 조수원 감독·박혜련 작가에게 러브콜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답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할 겁니다. 믿고 갈 것 같아요. 작가님도 좋아하지만 제가 조 감독님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 끝나면 보기로 했는데...감독님이 리더십도 있으시고 본인 머릿속에 콘티가 다 있는 것 같아요. 필요한 부분만 찍으시죠. 카메라 감독님이 혹시 몰라 찍어놓을지 물어보시면 필요없다고 하셔요. 연출하시는 것도 멋있고 인간적으로도 좋고 편안한 분이세요. 말씀으로는 시청률 신경 안 쓰신다고 하시는데 제가 알기로는 다 신경 쓰시거든요. 되게 귀여운 분이세요.”
보통 배우들은 작품이 끝나면 조금씩은 불만족스러웠던 게 있을 법 하다. 작가와 감독에 대한 무한한 믿음은 이종석에게 고마운 드라마라는 생각만 들게 했다.
“아쉬웠던 것은 없어요. 하명이가 후반부에는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면이 있었잖아요. 주변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깐요.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작가님이 역시나 잘 풀어주시더라고요. 아쉬운 것 없고 좋은 것만 있었어요.”
제작진에 대한 높은 신뢰, 그리고 배우 이종석의 숨은 노력들이 있기에 ‘피노키오’가 성공할 수 있었다. 이종석은 매번 자신의 연기 성장을 고민하고, 부담을 갖는 겸손한 배우다.
“기자를 연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많이 봤어요. 작가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제가 소리를 낼 때 흔히 말하는 ‘먹는 소리’예요. 그래서 (정확한 발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죠. 저도 걱정을 많이 했고요.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연습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에요.”
초반 이종석은 더벅머리라는 촌티 가득한 머리모양으로 팬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선사했다. 하얀 피부와 큰 키는 그에게 ‘예쁜’ 남자 배우라는 인식을 줬었는데 더벅머리는 인위적인 ‘못생김’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뭘 해도 촌스럽지 않아서 더벅머리까지 한 거였어요. 바가지머리도 했었거든요. 했는데 되게 여자 같더라고요. 주변에서 너무 예쁜 것 아니냐고 하셔서 더벅머리를 했죠. 처음에 가발을 썼는데 다들 괜찮다고 했어요. 신혜도 정말 귀엽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끝날 때 되니깐 웃겼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제 머리스타일을 모니터했거든요. 그런데 괴롭더라고요. 머리는 기르지 않은 걸로 하려고요.(웃음)”
이종석의 예쁘다라는 표현에 소속사 직원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자기 입으로 예쁘다고 그런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종석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만 “그게 사실인 걸”이라고 응수했고 인터뷰 자리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박신혜 씨가 더벅머리 가발 귀엽다고 말한 것은 쓰게 만들기 위한 사기다”라는 기자의 놀림에 이종석은 “그런 것 같다”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종석은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가 결핍 요소가 있었다. 마음의 응어리가 있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고 이 같은 결핍 요소 캐릭터는 이종석이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굳건한 지지층을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사실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양가 부모님이 온전히 다 있었던 적이 없어요.(웃음) 다른 배우들은 재벌 역할만 잘 하던데, 전 왜 그럴까요? 뭔가 사연이 있어요. 이런 내적 결핍을 연기하기 위해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해서 보기도 하고요. 제가 사실 외로운 감정을 좋아하거든요. ‘피노키오’나 전작인 ‘닥터이방인’을 연기하면서 되게 많이 울었어요. 여전히 눈물 연기가 쉽진 않지만 그래도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이종석과 박신혜는 유독 이 드라마에서 작은 스킨십마저도 설레게 만드는 빼어난 조합을 보여줬다. 무려 키스신은 진짜 연인을 보는 듯 달달하고 때론 숨막힐 정도로 섹시했다.
“감독님이 멜로 장면을 되게 좋아하세요.(웃음) 정말 세밀하게 찍으시죠. 어깨에 손 하나 올리는 것도 감정을 넣어서 찍으셔요. 처음에는 멜로신이 민망했어요. 워낙 신혜랑 친하니깐...나중에는 키스신을 찍어도 그림이 예쁘게 나올지 고민을 했죠. 신혜랑 둘이서 어떻게 해야 예쁘게 나오나, 이런 연구도 했어요. 눈 오는 날 키스한 장면이 있는데 정말 공들여 찍었죠. 그 장면만 밤새 찍었어요.”
이종석은 두 사람의 멜로 조합이 호평을 받았던 것에 대한 공로를 박신혜와 작가로 돌렸다. 그는 박신혜에 대해 똑똑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신혜가 했던 드라마는 다 잘 됐잖아요. 워낙 호흡이 좋은 배우예요. 또 작가님이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드시죠. 신혜 캐릭터가 그동안 연기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이종석에게 물었다. 함께 연기한 박신혜, 이유비 중에 어떤 배우가 이상형에 가깝냐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종석은 이상형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나영을 언급했다. 그는 이나영과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고 표현은 두루뭉술했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워너비’ 이나영 이야기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이상형은 이나영 선배예요. 변하지 않죠.(웃음) 우빈이가 함께 촬영을 한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인 받아달라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진짜로 받아올 줄 몰랐죠. 사인 받고 나서 되게 신기 했어요. 남자친구 분이 생긴 후에 좀 그랬는데...(웃음) 그래도 제게 워너비죠. 실제로 만나게 되면 되게...뭐랄까...그럴 것 같아요.(웃음) 작품을 같이 한다면요? 최선을 다해서 할 거예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배우니깐요.”
취재진의 당초 질문은 박신혜와 이유비라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 중 이상형을 꼽아달라는 것이었지만 이종석은 결국 또 '이나영'을 말했다. 기승전'이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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